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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마 Feb 15. 2017

무기력을 다루는 법

내적 통제를 되찾기

가끔 태엽이 고장난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배터리 방전, 약간 시든 식물, 김빠진 콜라. 정체는 아마도 무기력일 것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거나, 뭔가를 해도 소용없고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느끼는 상태가 지속되면 무기력해진다. 즉, 상황을 통제할 수 없거나 그럴 에너지가 부족할 때 무기력증이 올 수 있다.

사회심리학자 로터는 '내적통제 성향, 어떤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자신의 노력 정도와 할 수 있는 것을 점검하는 이들은 무기력증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나, 외적통제 성향, 즉 같은 경우에 환경이나 상황 등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이들은 무기력해지기 쉽다'고 하였다.

위의 인용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무기력의 원인으로 직장, 학교, 사람, 사회 등에서 찾기 이전에 자신의 성향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원하는 것을 이루기 쉽지 않을 때 무어라고 말하는가?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해서 채우겠다고 생각하며 할 일을 찾는가 아니면 나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열거하는가? 직장 상사, 동료가 나에게 협조를 안하고 날 안 알아준다고 이야기하기 바쁜가? 그 시간에 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가?

외부에서 원인을 찾으면 마음은 편하다. 내가 초라해지지 않게 방어막을 쳐주는 것만 같다. 하지만 스스로는 알고 있다. 무능하게 느껴지고, 자신감이 더 떨어진다. 내가 뭐하나 싶고 자꾸 기분전환할 무언가를 찾아헤맨다. 나의 에너지는 계속 떨어져간다. 외부를 바라보는 이의 에너지는 채우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자신을 보다 정확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 누가 어떻고 뭐가 저떻고 하며 계속 떠오르는 '장애물'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고, 잠시 제3자가 된 것처럼 상황을 떼어놓고 멀리서 쳐다본다. 정말 그 상황과 사람이 문제인가? 그것이 없어지지 않으면 나는 움직이지 못하는가? 그게 진실인가 진실이라 믿고 싶은건가?

필요는 문제를 만든다. 내가 핑계가 필요하다면,그래서 날 보호할 수 있다면, 내 마음은 '문제'를 만들어 키우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 혹시 난 그러고 있지 않은가?
정신 차리라는 말을 하고 싶진 않다. 누군들 무기력해지고 싶겠는가. 누군들 당당하고 멋지게 자신의 문제를 척척 해결하며 발전하고 싶지 않겠는가. 겉으로 핑계가 많고 부정적으로 보이더라도, 그 속에는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음을 안다. 그래서 더욱 자신을 냉철히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도우라고 하고 싶다. 내면의 힘은 강하고 사람은 누구나 그 내면의 빛을 깨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가 주로 쉽게 환경요인을 찾아내어 무기력해지는 성향이라면, 조금 냉정하게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뭐야?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실제 '내'가 실행할 것들을 찾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걸 시도해보고, 아니면 포기하는 선택도 할 수 있어야한다. 포기는 꼭 패배자적인 것만은 아니다. 더 이상 그 일에 내 에너지 쏟기를 멈추는 능동적 선택이고, 다른 선택을 하기 위해 에너지를 거두어 들이는 '내적 자원의 관리 행위'이다. 내가 하는 선택과 행위에 자발성을 부여하기 시작하면, 남탓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

물론 사회,조직,가정 내 구조적 문제도 있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사회, 갑의 횡포가 난무하는 조직, 편치 않은 가정 등 실제로 절망적인 상황은 존재한다. 그것까지 언급하지 말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이런 경우는 제외한다.

내적통제성향이 강해 비교적 무기력을 잘 극복하는 이들은 저 질문을 잘 던진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파악해서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자기 에너지를 적절히 배분하고 사용하는 좋은 자기관리자가 된다. 그들은 문제를 잘게 쪼개는 것에 능하다. 엄청나게 큰 무언가를 놓고 고민하기 보다 '지금 할 일'을 찾기 때문이다.

나같은 경우는, 그런 이를 스승 삼아 최근 무기력증이 찾아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미루었던 대청소를 해버렸다. 내 무기력은 본질적으로 상황 등이 문제가 아니라 내 게으름이 문제였기에 뭐든 무조건 해치우는 것이 필요했다. 게을러서 미루는 것을 매우 잘 상징하는 청소를 마치니 태엽이 감기기 시작했다. 무기력을 치료하는 약은 생각이나 말에 있지 않다. 선택과 실행이 답이다. 그리고 그건 거창할 필요가 없다. 청소나 정리같은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자발적 자기통제'의 감을 되찾으면 된다.


이런 실행의 리스트는 늘 3개 이하의 적은 개수인게 좋다고 생각한다. 새해계획이나 버킷리스트처럼 수십개로 늘려봤자 외적통제 성향(그래서 무기력과 보다 친한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작은 것으로 쪼개어 쉽게 해내는 것이 자발성을 되찾고 무기력을 다루는 훈련의 핵심이다.

태엽인형의 태엽은 남이 감아주지 않으면 안되지만, 생명과 영혼이 있는 인간의 태엽 손잡이는 내면에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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