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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마 Nov 22. 2016

안을 보기

보이는 것 너머를 읽기


"유머로 일관하는 것 속에는 회피가, 돈,명예,지위 등 영원치 않은 것을 내세우는 것 속에는 애정결핍이, 공격성 속에는 두려움이, 희생과 헌신 속에는 분노가, 무절제함 속에는 외로움이 있는 것 같다."

 

4년 전쯤에 문득 떠올라 메모어플에 적어두었던 것이다. 방어기제니 뭐니 하는 용어를 끌어올 것까지 없이, 그냥 훅 와닿았다.

 

사람은 저마다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그 방법은 자신이 아닌 외부의 것들이 자극으로 다가올 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와, 그 받아들인 것에 대해 또 어떻게 외부로 되돌려주느냐에 관련된 것이다. 전자는 내가 나와 세상을 보는 관점과 관계가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지,하고 별 복잡한 생각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자기개념과 자존감이 외부 자극의 수용을 사람마다 달리하게 한다.

 

친구가 내 코트를 보고 '너 이거 얼마 주고 샀어?'라고 물었다고 하자. 그에 대한 받아들임이 사람마다 크게 다를 수 있다. 누구는 정말 가격이 궁금한 모양이구나 싶어 별 생각없이 '십만원이야'하고 다음 되물음을 기다린다. 누구는 으쓱하며 역시 내(옷)가 멋져보이나보다 싶어 가격을 말해주면서도 보여줄 또 다른 옷이나 소품이 없나 생각한다. 세일매장에서 샀다는걸 알리기 싫은 누구는, 원래 가격인 삼십만원을 이야기하며 상대의 '꽤 비싸네'하는 반응에 우쭐하거나, 혹은 '가격 괜찮네'라는 반응에 십만원짜리라고 말했으면 싸구려 취급 받았을지도 몰랐겠다며 안도할지도 모른다.

 

각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내가 세상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필요한게 뭐겠구나,라고 정의하는게 달라서 벌어지는 일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도 세상과 교류하는데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흔히, 자존감이 높고 건강한) 이들은 복잡한 토를 달지 않는다. 상대가 무어라 생각하건 그건 그의 사정이다. 내가 나만의 주관으로 살아가듯 상대도 그럴 것이기에 그 과정이 이루어지는 것에 있어 어색함이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 하고, 이 수단이 겉으로 보이는 라벨같은 무언가(성적,비싼 물건, 지위, 직장, 내가 교류하는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수준, 내 아이의 레벨 등등)라고 생각하는 이들(자존감이 낮은)은 상대의 반응이 곧 나를 평가하는 잣대처럼 느껴져 토를 달고 설명을 한다. 십만원짜리 코트에도 의미가 있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반응을 보고 머리속으로 드라마 시나리오를 써대며, 역시 고급옷을 입어야한다고 생각하며 다음번에는 누군가가 날 더 그럴싸하게 봐줄, 더 큰 숫자 라벨이 붙어있을 뿐인 팔과 몸을 끼워넣을 수 있는 털달린 천을 사겠노라고, 그리고 브랜드는 누구나 알아야하는 xxx로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받아들임에서의 차이는, 밖으로 내보내는 '반응'의 차이로 나타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초라해지지 않을 방법으로 반응한다.

 

다시,

유머로 일관하는 것 속에는 회피가, 돈,명예,지위 등 영원치 않은 것을 내세우는 것 속에는 애정결핍이, 공격성 속에는 두려움이, 희생과 헌신 속에는 분노가, 무절제함 속에는 외로움이 있는 것 같다.

 

보이고 싶은 것과 숨기고 싶은 것의 갭은 저런 간극을 내포한다. 각자의 과정과 사연은 모두 다를 것이지만, 세상과 타인에게 받아들여지는걸(애정과 관심을 받는 것) 좇을 수 밖에 없는 분리된 실존적 존재인 우리는, 무리를 해서라도 그 간극을 유지하며 내면의 줄타기를 한다.

 

늘 이러이러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 나 자신은 물론이고,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의 겉만이 아니라 안을 봐주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결국 다 애정을 필요로 하고, 타인에게서 나를 보고, 내 안에 비친 타인을 보는, 서로에게 거울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안을 보는 것은 곧 내 안을 보는 것이고, 내 안을 보는 힘은 타인과 세상을 보는 힘으로 확장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를 보다 깊고 따스한 존재로 키워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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