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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마 Jan 31. 2017

자아강도와 삶을 대하는 태도

강한 사람이고 싶나요?


"자아강도" 한국 브리태니커 온라인


 자아강도 라는 말이 있다. 정의는 더 포괄적으로  나와 있는데, 내 나름의 쉬운 말로 정리해 보았다.

1. 좁은 의미의 자아강도 : 자아를 위협하는 각종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의 정도
2. 넓은 의미의 자아강도 : 살면서 겪는 모든 경험을 적극 수용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의 정도

 사실 언뜻 비슷한 뉘앙스로 사용할 수 있고, 이리저리 갖다 붙이면 다 말이 되는 것이라 정의가 그렇게 중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자아강도의 개념은 심리치료 뿐 아니라 한 개인을 (자신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어떤 이는 유연하게 대처하여 헤쳐나가고, 어떤 이는 큰 괴로움을 겪으며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힘들어하다가 끝을 본다. 어떤 이는 참으로 의연하게 자기 삶을 짜나가고, 어떤 이는 옆에서 보기에도 애처롭고 때로는 답답할 정도로 힘든 일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나자빠진다. 자아강도의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다. 자아가 강한 사람이 삶을 보다 자기답게 꾸려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단, 자아가 강하다는 것이 일종의 고집이 세거나, 자기만 안다는 식의 말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술자리 등에서 힘든 일을 겪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며 '그 사람 참 강해. 그런 일을 겪고도 잘 헤쳐나가더라고.'라고 말할 때의 그 강함이다.

 이것은 또 '태연하고, 괜찮게 보이는 것'과도 다른 이야기다. 속은 힘든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사람은 자아강도가 강하고, 힘들다고 괴로워하고 우는 사람이 약하다고 할 수도 없다. 뭐가 되었건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상황에 대한 감정을 표출하고, 필요한 경우에 자기가 취할 행동을 스스로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실행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강함과 약함을 결정 짓는다. 괴로움 또한 직시하고,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시도는 실패 역시 염두에 두는 행위이다. 잘 될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걸 인지하고도,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시도이다. 두려움이야 있겠지만, 이 두려움을 내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다. 행동하기 위한 용기와, 뒷일에 대해서는 '내 선택이니 내가 책임지겠다'고 하는 각오 역시 필요하다.
 자아가 약한 사람은 그 두려움과 불안을 처리하지 못한다. 결국 그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생산적인(선택하고, 행동해서, 결과를 보는) 활동을 할 수가 없어 '뒤로 미루는' 시간만 보내기 일쑤다. 때로는 그것을 가리거나 합리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만을 계속하며 시도하지 않는 자신을 보호하기도 한다. 그래서 핑계가 많다. 상황이 어떻고,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등등. 그리고 그 핑계는 대부분 '부정적인 면만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는 잘 못하니까, 그래봤자 안되니까, 사람들은, 세상은 다 부조리하니까 등등.
 또는 반대로, 현실의 초라함을 잊기 위해 고차원적인 무언가, 상아탑 속의 무언가 등 깊고 난해한 내용에 심취하기도 한다. 다소 비현실적인 자아상을 갖고 이를 유지해야, 자신의 현실 부적응을 설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신념은 신념 자체를 위한 신념이다. 누구나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설명꺼리'를 갖고 있는데, 자아강도가 약한 이들의 경우 그 '설명꺼리'에 의존하는 정도가 큰 셈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조금 더 용기가 필요한 상태의 사람들일 뿐이다. 그들이 자신의 두려움을 직시하고 작은 관점의 변화와 작은 시도부터 할 수 있다면, 어떤 놀라운 선택을 해서 찬란하게 변신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자아 강도가 강한 사람
-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삶은 경험의 연속임을 이해한다.
- 불안이나 두려움 등 스트레스를 적절히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다.
- 남탓이나 핑계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확인하는 것에 관심이 더 많다.
- 주변의 시선이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 자신의 의지로 분명한 선택을 하고, 아닌 것은 잘 버리며 미련을 갖지 않는다.
- 상황 속에서의 배울점 등 긍정적인 면을 인식하고 이에 휘둘리지 않는다.

자아 강도가 약한 사람
- 두려움과 불안을 잘 다루지 못해 피하거나 충동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 시도나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
- 환경이나 상황의 탓을 많이 한다.
- 주변의 시선이나 반응에 일희일비하고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다.
- 자신의 선택이 불분명하다.
- 상황의 부정적인 면을 먼저 인식한다.

그런데, 자아강도가 강하면 좋고, 약하면 안 좋다 하고 끝내버리면 그만일까? 자아강도가 강한 사람은 하던대로 알아서 잘 살면 되겠지만, 약해서 스스로도 괴로운 이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경중에 따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에게 하는 작은 시도 정도는 해볼 여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들이야말로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바꾸고 싶을 것이고, 간절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늘 강하거나 늘 약한 사람이 있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질 수도 있는게 사람이다. 자아를 강하게 키울만한 체험보다는, 약한 상태로 자기 보호하는 것에 급급한 경험을 더 많이 해온 경우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상처경험이 많았는데,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었다거나) 그럴 수 있다. 그리고 괜찮다. 작은 것부터 조금씩 바꾸면서, 강해질 수 있다.

내가 사용했던 방법은, 상황의 부정적인 면이 떠오르면 여기에 대응하는 긍정적인 면이나 장점, 교훈 등을 찾아내서 적어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의지를 내어 계속 하다보면, 습관이 된다. 그래서 '불행 중 다행'을 잘 찾아내게 되고, 반 컵의 물잔을 봐도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습관은 자신의 에너지 상태를 높이는 것에 일조를 하고, 스스로를 강하게 해준다. 그러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내 의지로 선택하는 것이 즐거워진다.

나 역시 과정 중에 있지만, 좋은 쪽으로 많이 변했음을 느낀다. 불안도 두려움도 물론 여전히 존재한다. 가끔 그것들이 가슴을 묵직하게 누르는 것 같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에 휘둘리는 일은 없다. 불안이나 두려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나에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알고,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느껴지는 불쾌한 상태는 별개로 흘러가게 놔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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