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은 나뉘지 않는다

03. 죽음도 우리의 것이다

by 기린

죽음은 늘 우리 삶의 가장자리 주변을 서성거리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그 존재를 애써 외면하며 살아왔습니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우리는 흔히 상실의 고통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평생을 바쳐 쌓아온 것들의 소멸, 그리고 나를 둘러싼 익숙하고 안전한 세계가 무너진다는 상상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어두운 방의 문을 굳게 닫아버리듯 죽음을 멀리 밀어두고, 나와는 상관없는 타인의 몫이거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처럼 취급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눈을 감고 외면한다고 해서 우리 곁의 죽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죽음을 삶과 전혀 다른 영역으로 분리하고 애써 모른 척할 때,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끝자락에서 더 큰 혼란과 두려움을 마주하게 됩니다. 삶과 죽음은 결코 무 자르듯 나누어지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죽음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일은 우리 삶을 어둡고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갯속에 가려져 있던 삶의 풍경을 더 또렷하고 선명하게 비추는 강력한 빛이 됩니다.

죽음을 우리의 곁으로 조용히 불러들이는 순간, 무한할 것만 같았던 삶은 '단 한 번뿐인 귀한 여정'으로 그 진짜 모습을 드러냅니다. 죽음은 우리가 일상의 분주함 속에 미뤄두었던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다시 꺼내놓게 만듭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가", "나는 남은 시간 동안 누구와 함께 있고 싶은가", "나는 이 세상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죽음은 이처럼 우리 삶의 본질을 향해 천천히 다가와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흔히 삶이 언젠가 끝난다는 그 유한함을 무척이나 잔인하고 슬픈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유한함이야말로 삶을 가장 눈부시게 빛나게 하는 절대적인 조건입니다. 한정판 예술품이 그토록 귀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단순히 수량이 적어서가 아니라, 세상에 다시는 똑같이 만들어지지 않는 완벽한 '유일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습니다. 언제 멈출지 모르는 단 한 번뿐인 여정이기에, 우리의 오늘 하루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살면서 죽음을 곁에 두고 의식한다는 것은 단순히 임종의 순간에 '잘 죽는 법'을 익히는 기술적인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국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다시 묻고 성찰하는 실천적인 과정입니다. 흔히 "잘 산 사람이 잘 죽는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죽음이 삶의 반대편에 동떨어져 있는 절망의 낭떠러지가 아니라, 내가 살아온 삶의 결을 온전하게 완성하는 '마지막 붓질'이라는 깊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나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죽음을 나의 몫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순간, 삶의 우선순위는 완전히 새롭게 재편됩니다. 무심코 흘려보내던 평범한 하루의 가치가 새롭게 다가오고, 복잡하게 얽혔던 관계가 정돈되며, 불필요한 욕심과 집착이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비로소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지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죽음은 결코 삶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삶이 끝나는 자리에서 또 다른 시작을 암시하며 조용히 열리는 문, 즉 삶의 온전한 일부입니다. 우리가 그 조용한 문을 두려움 없이 평온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오늘 내게 주어진 이 순간을 더 깊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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