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을 노리는 똑똑한 아들
태권도까지하고 집에 돌아온 7세 아이가
갑자기 울먹울먹 하더니,
숲복을 갈아입지도 않고
창가를 가리킨다.
아.........왜 그러는지 알 것 같다.
하지만 모르는 척 묻는다.
"어?? 왜 그래??? 왜 울어??"
"저거, 나 과학실험한거, 어디갔어?" (울먹울먹)
2주일전 아이가 아빠와 함께 한 과학실험의
결과물이 어디갔냐고 묻는거다.
종이컵 세개에 젤리같은 물질이 끈적끈적 들어있는..
1주일전에 버리고 싶었지만,
감히 버리지 못하고 그냥 두었던 건데,
나도 눈치채지 못하게 남편이 버렸나보다.
방법이 없다.
"엄마도 놀랐어! 어디갔지? 아빠한테 전화해볼까?"
전화할 틈도 없이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쩔줄몰라한다.
아이의 그림, 만들기 작품들은 그냥 버리면 안된다는
불문률이 있는데,
왜 버린거야!!! 라고 속으로 원망하며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그거 있잖아. 과학실험한 종이컵 어디있어?"
"아? 그거 거기 있지. 쓰레기통에"
"뭐?? 지금 태윤이 울고불고 난리야.. 빨리 사과해"
이럴땐 아빠의 사과도 통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아이가 가져온 것은 어른의 눈에 쓰레기처럼 보이더라도
일단 둔다. 그리고 정말 아이가 관심없어지면
그때 살짝 버려야한다.
어쩔땐 아이가, 정신을 차리고
"엄마, 그거 있잖아. 내가 반 애들 어느 마을에 사는지
그려놓은거. 그 그림. 어딨어?"라고 물으면
"당연히 저 방에 엄마가 보관해놨지. 엄마는 절대 안버려~"
대부분은 믿어주는데, 아이가 지금 당장 내 놓으라고 할때가 있다.
그런 순간까지 고려해서, 아이의 물건은 신중히 다뤄야하건만.
"빨리 뭐 다른거 해준다고 말해"라고 내가 남편을 다그치자
한참을 울며 생각하던 아이가 뭐라도 말해야하겠다는듯이
이야기한다.
"돈줘"(훌쩍)
"응??? 얼마??"
"만원" (훌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로 긴급한 건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지금은 자기가 우위에 있는 상황인걸 아는듯이 나에게 와서 말한다.
"저 동영상 봐도 되요?" (속삭이듯)
나는 무슨말을 들은지도 모르고.. "그럼되지.."라고 했다가...
"머라고?? 그건 아니지. 동영상 보는 날은 금요일이지.."
아.. 넘어갈뻔했다.
빈틈을 노리는 똑똑한 아들..
저녁 먹고 기분좋아지고,
마약핫도그 먹고 배 통통 거리고,
딸기에 회오리 감자까지 먹은 아이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곤충세계에서 살아남기 1, 2, 3 학습만화 훑어보고,
유치원 영어 숙제 Grapeseed 한 편 보고,
노부영 사이트워드리더즈 15권을 금세 읽고,
페파피그를 결국엔 보고 있다. 하품하며...
아무래도 과학실험한 걸 찾은 건
잠투정인듯하다.
빨리 재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