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야, 포루투갈이야 3

이번엔 결정하자

by 꿈꾸는 유목민

이번 제주도행의 이유에 대해서는 동생에게만 이야기해놓았다.

우리가족 뿐 아니라 다른 가족도 면접을 볼 수 도있다는 암시글 때문이었을까,

일단 결과가 나오기전까지는 다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 가족 이외의 다른 사람들의 사견은 일단 배제하고 싶었다.

우리 가족이 살 곳이니, 우리만 생각해보고 결정하기.

그게 이번 여행의 모토였다.


밤 늦게 도착한 제주도.

제주 6개월 살이를 먼저 떠난 이모에게 하룻밤 신세를 지려고 했는데,

밤 11시 넘어서 도착할 생각을 하니 너무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비앤비 예약 버튼을 누르기 전,

이모에게 전화해서 이야기했더니,

그러지말고 집으로 오라고 한다.


놓칠뻔한 공항버스,

놓칠뻔한 제주행비행기,

하지만 다행히도 제주공항에서 이모네집까지는

버스 시간이 넉넉했다.

저녁을 못먹은 진짜 아들과 아들을 가장한 남편이 (feat. 휴남동서점) 배고파했지만, 모든 식당과 편의시설이 문닫은 시간, 선택은 자판기 음료수 뿐.


제주공항에서 40분을 달려, 깜깜한 마을에 도착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모와 이모부가 그런다.

제주도의 대부분의 지역은 저녁7시면 가게가 모두 문을 닫고,

주변이 깜깜하다고,

꼭 우리나라가 아닌 유럽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이모가 제주도에 왜 왔냐고 묻자,

남편이 주절이 주절이 말한다.

"그 집에서 면접을 보자고 해가지고"

속으로 생각한다.

'앗! 사전에 말을 맞춰놓지 못했구나.. 이모는 아직 모르는데...일단 밝히고 싶지 않았는데..'


"무슨 면접이야~ 그냥 점심초대 받은거지~"

이모에게 상황설명을 했다.

"일단 포르투갈은 내년쯤으로 생각하고 있고, 어차피 육아휴직할꺼면 제주도와서 살아보게"


아침에 일어나자 이모와 이모부가 제주시 탑동에 있는 약속한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한다. 이모부가 만들어주신, 특별한게 들어간간것이 아닌것같은데 스스르 녹는듯한 토스트를 먹고 근처에 있는 화순 곶자왈 생태공원길을 산책을 했다.


겨울의 제주도는 처음와봤는데, 겨울도 좋구나. 제주도 너.


그렇게 1시간을 걷고 나니, 이미 마음은 제주도에 일년살이 중이다.


제주시내에 접어들자 이모가 설득을 시작한다.

"이곳은 그냥 지방 소도시 같은 곳이잖아. 제주의 느낌이 하나도 안나는구나.."


초대받은 집에 도착하자,

가족들이 모두 나와서 반겨주었다.

인상 좋으신 예술가 필 나는 남편 분,

밝은 표정의 환한 아내분,

그리고 귀여운 두 아이들까지.

우리 두 가족은 만나자마자 싱글싱글 웃으며 서로를 반겼다.


우리가 머물게 될 집은 바로 1층이었다.

내가 꿈꾸어왔던 마당이 있는 집은 아니었다.

도로변에 1층 도어가 바로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집안은 아늑하고 따뜻했다.

방은 넓고 좋은데, 거실이 없고, 그냥 부엌에 식탁만 있는 집의 구조이다.

방은 좁아도, 거실 생활을 좋아하는 나는 조금 당황했다.


여기저기 집을 구경하고 있는데 비행기 소리가 가까이서 들린다..

아 여기 공항근처지..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사오기 전 살던 곳은 좋은 동네로 소문이 난 곳이었다.

하지만, 문을 열면 대로변 찻길..

7년을 그곳에서 살면서 나는 그 소음이 힘들었구나 싶었다.

왜냐하면 21년 4월 이사 온 지금 사는 동네는

도로 소음이 하나도 없고, 봄, 가을에는 새소리,

여름에는 매미, 맹꽁이소리, 겨울에는 무음인 곳이다.

나는 지금 사는 이 동네를 너무 사랑하게 되었다.

집으로 환하게 들어오는 햇볕이 바닥에 깔리면 누워서 햇볕 수영을 할 정도였다.


거실이 없는 건 괜찮아.

어차피 미니멀라이프하면서 살고 있으니까 금방 적응하지.

그런데 비행기 소음과 커튼을 치면 지나가는 사람과 눈 마주치는 집앞 풍경은 괜찮아?


남편도 말한다.

"이건 아닌 것 같아. 소음 견딜 수 있어?"


일단 알았다고 이야기하고, 초대받은 집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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