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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Jan 27. 2022

유치원에서 생긴일

선생님이 전화했다

1. 오늘 오전 아이는 시간이 얼마 안남은 가운데, 같은 반 친구들 생일선물로 사 놓은 통아저씨 선물을 들고 유치원에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그걸 왜 가져가려고?"

"...."

아이가 말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묻는다

"누구 주려고..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아이가 말 대신에 선물 포장지 위로 적어놓은 걸 보여준다. 

선물 포장지위에는 '김유진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써 있었다.

풋.

귀엽다.

김유진 선생님은 담임 선생님은 아니고 셔틀을 태워주시고 유치원 돌봄시간에 함께 해 주시는 선생님이라고 한다. 

준비를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타서 내가 물었다.

"선물은 왜 선생님한테 주고 싶었어?"

아이가 수줍게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선생님이 나더러, 꼭 8살 같네~ 라고 말씀해주셨어"

하하하하하

아이에게 8살은 한층 더 형님이 된듯한 느낌이겠지.


2. 오늘 오후 오랫만에 아이 유치원 담임선생님이 전화하셨다. 

"어머니이이임~~~~" 여전히 유쾌한 허스키하신 담임선생님의 목소리이다.

"어머! 선생님 오랫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네~! 어머님! 다름이 아니라 오늘 너무 귀엽고 슬펐던 일이 있어서 말씀드리려고 전화했어요"

머지.. 바짝 긴장한다. 


"저희가요~ 오늘 유치원에서 설행사로 줄다리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지혜반 (아이반) 친구들이

 오늘따라 힘이 너~~무 센거에요.. 

그래서 미래반하고 줄다리기를 하는데 

3번이나 연속으로 이긴거에요.

 근데 어머님, 아시죠. 

그렇게 미래반 아이들이 전부 다 져버리면

 미래반 아이들이 너무 속상해 할 것같아서

선생님들이 미래반을 조금 도와줬거든요~ 

저도 미래반 힘내! 이랬어요. 

물론 지혜반 힘내!도 했어요. 

어쨌든 비기고 지혜반으로 돌아왔는데 

아이들이 저에게 와서

'선생님 너무해요! 선생님은 지혜반 선생님이신데 왜 미래반 응원을 하세요?'이러는거에요,

근데 갑자기 지혜반 친구들이 저에게 와서 안기더니

우는거에요. 

태윤이도 그 중에 한명이었는데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엄청 속상하게 우는거에요. 하하하하하"

자세한 선생님의 묘사로 그 상황이 그려져서 재미있었다.


"아이들한테는 지혜반 선생님이 엄마일텐데,

엄마가 딴 애 편을 든거네요~ 하하하하하, 선생님 잘못하셨네요 ㅎㅎㅎㅎ"


"그러니까요 어머님,

제가 생각이 짧았지뭐에요. 아이들한테 속상했겠다~하고 사과했어요"


선생님과 오랫만에 대화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오늘 아이는 미술학원에 가는 날이라, 데리러 갔는데

아이가 갑자기 설명을 한다

"엄마! 오늘 우리 줄다리기를 했거든?

근데 비겼어. 선생님이 막 우리편을 안들어줘서,

우리가 막 울었어." 세마디로 요약이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아이가 나에게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준거라 감동하면서 열심히 모르는척하고 들어주었다. 

"아~ 속상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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