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유목민 Feb 11. 2022

흰 양말이 너무해

너무한 건 유치원

아이는 유치원에서 한 학기 동안 풍물악기와 우쿠렐레, 합창등을 열심히 준비해왔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때문에 부모님들은 참석하지 못한다. 오미크론만 아니었어도 참관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 아쉽다. 

오늘이 대망의 음악회였다. 1주일전 유치원 유인물에는 아이들이 금요일에 원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적혀있었다. (원래 금요일은 숲 복) 평소에도 숲복 입는 날 원복을 입혀보내고 원복입는날 숲복을 입혀보내는 애미인지라 그럼 목금 그렇게 원복입혀보내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목요일에는 숲복을 입어야한다고 했다. 아이말을 한번 의심하며 유인물을 봤더니 정말 목요일 숲복, 금요일 숲복으로 되어있었다. 


거기까지는 해피했다


어제 오후 유치원에서 문자가 왔다.


유치원 7세반에서 알려드립니다. 내일 (11일) 금요일은 지혜반의 음악회가 있는 날입니다. 

아래의 복장을 확인하시고, 도보 원아는 꼭 9시 30분까지 등원하도록 해주세요.

*복장: 원복 (조끼, 가디건 모두), 단정한 머리

*남자: 흰 양말/여자: 흰 스타킹

*여자친구들은 치마 안쪽에 속바지를 꼭 입혀주시고 흰색 스타킹을 신겨주세요.

*마스크는 반드시 흰 색을 착용하고, 마스크 스트랩은 착용하지 않습니다.


응????

흰 양말???

그.. 우리집에 없는 흰 양말 말이지??

큰일이다. 

쿠팡을 열어 로켓와우 새벽배송이 가능한 흰양말을 찾아보았으나 없다..

아이의 옷장을 뒤져보았으나, 흰양말이 있을리 만무하다. 

음.. 그럼 아이를 미술학원에서 픽업하면서 오늘 저녁은 둘이 외식을 하고 동네에서 흰양말을 찾아봐야겠네...라고 플랜을 세우고,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동네에 있는 올리브영, GS25시, 이마트등을 둘러보았으나... 아이의 흰 양말은 구할 수 없었다. 


얼마 전 옆동네로 이사간 같은 반 엄마에게 부탁해볼까.. 했지만, 친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무리한 부탁을 하면 더 피곤해진다. 


아침밥을 먹고, 치카를 한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우리집에는 흰 양말이 없으니까, 그냥 가장 흰 양말같은 걸 신고가자. 그리고 선생님께 말씀드려.. 우리집에는 흰 양말이 없고, 어제 엄마랑 흰 양말 사러 돌아다녔는데 흰 양말을 못 찾았다고"

아이는 너무도 당연한 듯이 알겠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아쉬워져서.. 여기저기 뒤진다.

일단 빨간색 공룡 양말이긴하지만, 흰색바탕의 양말을 찾았다. 흰색바탕이지만 오래신어서 조금 회색이다 ㅋㅋㅋ 어?? 그리고 나의 흰색 덧양말을 찾았다!


"흰 색 덧양말을 찾았어! 한번 우리 신어보자" 

아이와 함께 해맑게 웃으며 좋아했지만,, 흰 덧양말은.. 그림처럼 아이의 발과 발목을 덮지 못한다.. 

좌절이다..


흰 덧신 전 후

그 옆에서 양말을 신고 있었던 나...

나의 양말은 흰색이다!


"엄마 양말이 흰색이니 엄마 양말을 신어볼까?"

아이가 좋다고 한다. 급히 신겨보니 제법 맞는다. 아이가 계속 흘러내린다며 양말을 계속 치켜올렸지만, 그래도 흰 양말 성공이다. 아이는 엄청 좋아한다. 

"흰 양말 찾았네~ 이거 신으면 되네~ 엄마 양말이 나한테 맞네~"


방금 유치원에서 보낸 동영상을 보니 아이들이 다 흰양말을 신고 있네?

아니, 어머님들! 흰 색 양말 반나절만에 어디서 구하셨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