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안나 작가의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를 읽었다. 솔직히 요즘 증정책을 받을 때 우울한 책이나 에세이는 받지 않으려고 하는데, 전안나 작가의 책은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나의 첫 인플루언서였기 때문이다. 내가 1주일 다섯권의 책을 읽겠다고 결심 한건 그녀의 '1천권 독서법'을 읽고나서였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그녀는 여러권의 책을 집필하였고, 모두 실용서였다. 그런데 이번에 전안나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았다.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버려진 아이
5살 때 양부모님을 만나 입양된 아이
양어머니에게 5살때부터 상상할 수 없는 폭행을 당한 아이
그로인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힘들었던, 그 아이가 40대가 되어서 자신의 내면아이를 꺼내놓고 바라보고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치유에세이였다. 전안나 작가를 폭행하는 양어머니를 말리지 않은 양아버지 또한 폭력이었다. 결혼 후에도 양어머니의 언어폭력을 당해오던 그녀는 스스로 결심하고 양어머니의 연락을 받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자행되는 정신적, 혹은 육체적 폭력을 당하는 자녀들은 커서도 그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받은 트라우마도 엄청난데, 가족에 대한 의무가 그들을 더 짓누르고, 부모님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은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은영 심리학 박사님은 '화해'에서 "미워해도 된다"고 말한다.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의 오소희 작가님도 원가족으로 인해 상처받고 40대가 되어 중간항로를 헤매고 있는 여성들에게 우리에게 상처를 준 부모와 거리를 두라고 말한다. 그때의 내가 당신들 때문에 상처받고 그로인해 힘들었다고 말하라고 한다. 그렇게 했을 때 용서를 구하는 부모는 많지는 않다. 하지만 입밖으로 내뱉는 것만으로도 나를 치유하는 첫 시작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들은 치유를 시작한다.
전안나 작가도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음으로서 치유를 시작했다.
그녀의 옆에서 어깨를 토닥토닥 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