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줌마!

노바디의 여행

by 꿈꾸는 유목민

"아줌마! 조금있다가 거기옆에 큰 차 들어올꺼에요. 차를 옆에 다른 곳에 대주세요"

용두암 투썸카페앞에 주차를 하고 내리자마자 옆에 편의점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나에게 말씀하신다. 차를 힘들게 댔는데 댈때는 아무말 안하다가 간신히 대고나서 내리니까 차를 다른 곳에 대달라고 한 것이 기분나쁜것이 아니라 나를 아줌마라고 부른것에 괜히 기분이 나뻐진다. '아줌마?, 아줌마라고?' 생각하면서 "아, 네~"하고 친절하게 답한 후 다시 차를 빼서 다른곳에 주차를 하러 차에 탄다. "아.. 아줌마라니..."하며 소심하게 중얼거린다.


아줌마가 맞고, 아줌마처럼 보이는 외모를 지녔고 이제 곧 50살이 되니 기분나빠할 말이 아닌데, 왜 은근히 기분나쁘지? 30대때 아줌마라는 소리가 조금 기분나쁜 건 조금 이해가 되는데, 나는 이제 정말 빼도박도 못하는 아줌마잖아? 가끔씩 아줌마! 아저씨!라고 부르다가 싸움 끝에 "저 아줌마 아니거든요?"라고 반격했다는 에피소드를 본 적이 있는데, 나는 이런 소리도 할 수 있는 아가씨도 아닌 아줌마인데 말이다.


문득 10년도 훨씬 전에 공항에서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가다가 내 가방이 밑으로 굴러떨어지길래 아래 계신 분에게 "아저씨 조심하세요!"라고 했는데 잘 피하신 아저씨께서 내가 에스칼레이터에서 내려서 사과를 하자 한마디 하신 것이 생각났다. "저 아저씨 아닌데요?, 저 LG 전자 상무에요" "네??, 아~"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에서 본인을 아무도 모르던 노바디 시절의 여행을 이야기하면서,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와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의 흥미 진진한 이야기를 해준다. 오디세우스는 본인이 Somebody 라는 것을 내세우기 위해 괴물 키클롭스의 동굴을 건드리고, 잡아먹힐 뻔하고도 끝까지 괴물을 놀리면서 떠난다. 즉, 인정의 욕구, 낯선 땅에 사는 존재로부터 찬사를 듣고 싶어서 행한일이 오디세우스의 긴 여행에 발목을 잡는다는 내용이다.

(현명한 여행자의 태도는 키클롭스 이후의 오데세우스처럼 스스로를 낮추고 노바디로 움직이는 것이다. 여행의 신은 대접받기 원하는 자, 고향에서와 같은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 자, 남의 것을 함부로 하는 자를 징벌하고, 스스로 낮추는 자, 환대에 감사하는 자를 돌본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中)

노바디가 되어 겸손한 여행을 할 수 있는 그런 아줌마가 되어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전안나 작가의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를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