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처음 상담을 받았을때 상담선생님께서는 "혼자 너무 씩씩하게 잘 컸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지금의 위치에 온 것같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이야기가 슬프게 들렸던 것은 아마도 내 주변에 나를 도와준 사람과 내가 도움을 청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친정엄마가 2주전에 제주에 오시기로 하셨는데 때마침 아들이 일과성고관절에 걸려 나의 모든일상이 멈추었다. 아이는 학교를 가지 않았고 나는 모임이나 강의에 참여를 하지 못하였다. 거기다가 친정어머니는 제주도의 고사리를 뜯어야한다며, 2박3일의 일정을 기대하고 오셨다. 아이는 아프고 엄마는 챙겨드리지 못하고, 엄마는 또 고사리를 따야한다고 난리가 나셨다. 친정엄마와의 관계는 항상 그렇다. 화내고 짜증내고, 미워하고 그것과 동시에 후회하는 것을 반복한다. 내가 괜히 나쁜 사람이 된 것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이 싸움은 무엇일까 또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고사리를 뜯으러가야겠다는 엄마 때문에 주변에 수소문을 해 보았지만 모두가 만류를 한다. 혼자가면 안된다. 길 잃는다. 험하다.. 한번도 고사리를 뜯으러가본적이 없는 나는 엄마에게 그대로 전했다. 엄마는 포기를 한 표정을 짓다가. 그래 내가 꼭 고사리를 따야하는건 아니야.. 라고 실망하며 말씀하신다. 그 모습을 보니 또.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함덕에 사는 글쓰기 강의를 함께 듣는 언니에게 함덕 맛집을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다가 고사리 스팟을 물어봤다. 1시간 후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다음날 새벽 7시에 우리 엄마를 모시고 고사리를 따러 같이 가주겠다고 하신다. 언니도 80이 넘으신 어머니가 집에 와 계신다며 친정엄마와 함께 모시고 가면 된다고 한다. 새벽부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오전 6시에 택시를 태워 40분이 걸리는 대흘쪽으로 엄마를 보내드렸다. 1시간동안 열심히 고사리를 따고 있자 엄청난 비가 내려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엄마는 또 아쉬운지 오늘 아침 일찍 이모부와 이모를 대동하고 그 지역으로 고사리를 뜯으러 가셨다. 글쓰기 동기 언니는 기꺼이 나의 친정엄마를 모시고 그 새벽에 함께 고사리를 뜯으러 가주었다. 계속 전화해서 고맙다, 밥사겠다 이야기하고 카톡으로도 계속 고맙다고 말했다. 엄마를 공항에 모셔다 드리고 마지막으로 언니에게 다시한번 전화를 했더니 언니가 막 웃는다. 내가 빠진 어제의 글쓰기 강의 시간에 모두가 그랬다고 한다. "본인이 다 컨트롤 해야하고 부탁을 어려워하는 xx씨가 얼마나 S한테 고마워하고 미안해하고 안절부절 못했을까"
모두들 나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고마웠다. 나를 파악해주고 그걸 따뜻하게 받아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아이가 몇일째 절뚝거리며 학교를 가지 못하자, 동갑내기 이웃집 엄마가 아이가 절뚝거리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증상을 물어서 본인이 아는 두명의 전문가에게 문의를 해 주었다. 아이의 키와 몸무게와 무엇을 최근에 많이 먹었는지를 물어보면서.... 그러더니 밤8시에 신랑을 보내서 온갖 영양제, 유산균, 약 빻는 기구등을 건네왔다. 본인이 오지라퍼라며 부담갖지 말고 아이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고 따뜻한 말을 건네준 이웃이다.
이런 부탁을 해본적도, 베푼적도 없었던 나에게 요즘 내 주변 사람들은 과분하게 나에게 따뜻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때 그 사람과 친해진다는 이야기가 실감나는 요즘. 따뜻하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