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신발

매일제주 93일째

by 꿈꾸는 유목민

어제 오후에 아이를 미술학원에 데려다 주려고 나왔는데 신발이 평소보다 더 불편했다. 문득 고개숙여 바라본 운동화는 갑자기 너무 낡아보였다. 신발이 바뀐것이 아닐까? 잠깐 생각했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애써 최면을 걸었다.

'내 신발이다.. 내 신발이다..'

그런데 갈 수록 신발이 불편해진다. 벗기조차 불편한 운동화를 신고 있으니, 스믈스믈 기어 몸 속으로 들어오는 이물감있는 벌레가 양말부터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듯 하다.

신발을 이제서야 자세히 내려다 보았더니 밑창이 까져있다.

'내 신발이 아닌 것 같아....'

그런데 신발은 어디서 바뀐거지?

나는 신발을 언제 벗었지? 어제인가? 오늘인가?

김영수 도서관이었을까? 아이 담임선생님과 상담하느라 벗어놓은 신발장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모르겠다.


"나.. 운동화 다른 사람꺼랑 바뀐 것 같아.. 그런데 어디서 바뀐지 모르겠어"

운동화는 남편이 사준것이다. 어제 저녁 육지에서 온 남편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오늘 아침 고백을 했다. 남편의 얼굴이 굳어진다. 남편이 한숨을 쉰다

운동화를 여기저기 보더니 "그럼 버려야지"라고 한다.


오늘 혹시나해서 김영수 도서관 사서 봉사를 가다가 학교 신발장을 열어보니, 그곳에 떡하니 내 운동화처럼 생긴 까만 운동화가 놓여있다. 반가운 마음에 운동화를 바꿔신었다.

'운동화 바뀐 사람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어떤 신발을 신고 집에 돌아갔을까...'

너무도 미안해진다.


이제 확실히 알았다.

내 운동화가 어떻게 생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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