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제주 100일차
글스테이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온 날, 무근성 이웃들이 메토이소노에서 모였다.
남편이 맞은 편에서 나를 보며 이야기한다.
"태윤이 요녀석이 나한테 심한 장난을 쳤어"
"응?? 뭔데?"
"사슴벌레를 내 신발 속에 넣어뒀어"
"기~? (정말? 이라는 제주어), 왜 그랬대?"
"본인은 아니라고 하는데, 분명이 태윤이야"
아이의 장난기가 아빠에게만 잘 발동되는 것 같아서 기쁨의 미소를 속으로 삭혔다.
이 일이 수요일의 일이었다
목요일이었던 어제, 아이와 미술학원에 다녀왔다. 제주와 육지를 반반씩 드나드는 낭낭이모 커플이 함께 저녁을 먹자고 했다. 공항에 모시러 가야해서 서둘러 가는데, 남편이 외친다.
"사슴벌레가 사라졌어!"
"뭐라고?"
"찾아봤어? 그게 어떻게 사라져.."
사슴벌레를 사육통에 넣지 않고 임시로 만든 플라스틱 통에 넣었다. 빈틈이 있는 곳으로 건강해진 사슴벌레가 뚫고 나온듯 하다.
순간, 남편이 아이가 본인 신발에 사슴벌레를 넣었다며 아들을 혼낸 일이 생각났다.
아이가 있으나 남편에게 입만 벌려 묻는다.
"그러면 태윤이가 사슴벌레를 당신 신발에 둔게 아니네?"
남편이 멋적어 한다.
낭낭이모 커플과 저녁을 먹고 들어왔는데, 문득 우리는 오늘 밤 사슴벌레와 함께 한 침실에서 자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며 오싹해졌다.
남편과 아이는 침실로 들어가고, 나는 블로그 줌 강의를 하고 있었다.
30분 후에 남편이 방에서 뛰쳐나온다.
사육통을 열더니, 잠시 나를 향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강의 중이어서 얼핏 봤는데, 사슴벌레다.
잠을 자기 위해 누운 남편이, 사각사각 소리를 듣고 탐정처럼 사슴벌레를 발견한 것이다.
구석 쪽 요가매트를 열심히 걷고 있는 사슴벌레를 발견했다고 한다.
사슴벌레 아쉽겠다. 탈출할 수 있었는데.
오늘 아침 아이가 등교하고 남편에게 "태윤이가 사슴벌레를 본인 신발에 넣었다고 의심했으니, 태윤이에게 사과를 하는게 어때?"
남편이 어색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