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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Aug 25. 2022

학생이 가방을 잃어버리다니!

매일제주 183일차

아이는 이번주 화요일에 개학을 했다. 

방학동안에 일찍 재운다고 다짐했는데 이를 실천하지 못해서 매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개학 전날 밤 8시 30분에 재웠더니 다음날 7시 20분쯤에 아이가 일어났다. 

"일찍 자니까 일찍 일어나네"라는 말고 함께.


수요일인 어제는 학교에 가면서 가방을 가져가지 않으려고 했다. 

"가방 가져가야지"라고 말해주고, 언제까지 이걸 말로 해줘야할까.. 고민했다.


피아노, 한자, 바이올린이 방과후 수업이다. 원래는 컴퓨터까지 신청했는데 물어보니 컴퓨터는 하기 싫대서 얼른 컴퓨터는 뺐다. 그랬더니 오후 3시에 데리러 가야하는 시간이다.

학교 현관앞에 시간을 맞춰갔는데, 아이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더니 머라고 머라고 한다.

"뭐라고?"

"가방을 잃어버렸어..." (개미같은 목소리)

"뭐? 가방을 어디서 잃어버려? 방과후 수업 교실에 다 찾아봤어?"

"찾아봤는데 없어..."

학교 도우미분께서 교실에 들어가서 함께 찾아보라고 하신다.


피아노, 한자 교실부터 훑었다. 아이말로는 바이올린 시간에 가방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한자 교실에도 가방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바이올린 교실에 가자, 입구가까운 책상에 덩그러니 던져져있는 아이 가방..눈을 흘겨주었다. 

"학생이 가방을 챙겨야지!"라고 따끔하게 이야기해주고 같이 나오는데, 아이가 컴퓨터 방과후 수업을 다시 듣겠다고 한다.

"그래? 이번에 들으면 2학기내내 안듣겠다는 말 하면 안돼"

"응. 계속 들을꺼야. 안한다는 말 안할게"

약속을 받고, 아이를 컴퓨터 교실로 보냈다.


4시에 다시 데릴러와야해서 집에 가는 길에 친정아버지 전화를 받았다

"태윤군 잘 지내나?"

"아빠, 말도마.. 오늘은 방과후 수업시간에 가방을 두고 왔지뭐에요. 그러구보니까 나 어렸을때 엄마아빠가 하시던 말씀이 다 맞네. 학생이 가방을 두고 학교가면 군인이 총을 두고 전쟁터에 나가는 거랑 같다는 말, 수학문제를 풀때면 문제 속에 답이 있다라는 말.. 등등.. 아! 다 진리였는데, 난 그 말을 똑같이 아이한테 반복하고 있네?"

아빠가 전화기 너머로 껄껄 웃으신다.


어제밤에 잠들기전에 아이를 너무 심하게 의심했나, 정말 누가 가방을 가져가서 장난을 친건데 아이가 억울하게 혼난걸수도있잖아? 이런생각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가 생각을 해 봤는데,, 누군가가 장난으로 네 가방을 숨겨놨다가 제자리에 돌려놓은게 아닐까?"

나를 빤히 쳐다보던 아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엄마, 생각해보니까, 내가 가방을 거기다 둔게 맞아!"

"아 그래? 하하하하 요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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