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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Jan 21. 2023

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

귀여운데 짜증나는 기분...

작년 제주에서 일년살이를 시작할 때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이는 불안해했다. 사는 곳도, 주변 친구들도 바뀌었으니 얼마나 불안했을까. 실은 나도 많이 불안했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할까, 새로 사귄 이웃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의 선택이 옳은 것일까등등..


아이의 불안은 나를 끊임없이 부르는 형태로 나타났다.

엄마엄마엄마엄마

대답할 때까지 엄마를 불러서 물어보는 말은, 정말 아무말 대잔치였다. 질문에 대답할 때가지 나를 부르고, 맞지, 맞지?라며 내가 진심을 다해 맞다고 할 때까지 묻고 또 물었다.


처음에는 아이가 유난히 나를 부르는 날이면, 눈을 맞추고 "태윤아 불안한거 있어? 뭐가 마음에 안들어?"라고 물어봤는데, 아니라고만 대답하니 답답했다.


요즘 '엄마병'이 다시 시작되었다.

대전에서 제주도로 한달살기 온 동생이 옆에서 지켜보더니,

"많이 부르긴하네.."라고 인정해주며 나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지난주에는 서귀포치유의 숲을 다녀오는데 계속 엄마엄마엄마를 외치는 아이에게,

"이제 엄마 그만불러! 엄마 부르는 거 금지! 이제 하루에 다섯번만 엄마를 불러줘" 했더니

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를 다섯번 부르던 아이는

"박봉석 와이프!" "xxx이모 언니!"라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나를 끊임없이 불러댔다.


오늘 새별오름을 신나게 오르며 멀리서부터 엄마! 엄마~! 엄마를 외치는 아이.

부를 때마다 대답해야하고, 대답하지 않으면 대답할때까지 부르는 아이.

신이나서 먼저 뛰어내려가는 아이를 보며

"너무 귀여운데 짜증나.."라고 중얼거렸더니 옆에서 동생이 무슨말인지 알 것 같다며 깔깔 웃으며 동조해주었다.


집에와서 동생이 아이의 이름을 계속 부르며 질문을 계속 퍼부었더니 (아이가 하는 방식으로) 꽤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집에 둘이 남는 시간이 되자 아이에게 살짝 물었다.

"이모가 태윤이 이름을 계속 부르고, 왜냐고 계속 물으니까 기분이 어땠어?"

"음... 좀 답답한 느낌?"

"우와.. 그런 느낌도 이제 아는구나?"


갑자기 아이의 촛점없는 무수한 질문에 남편의 모습이 진심 오버랩되었다. 배우자의 가장 싫은 점을 아이가 닮는다더니, 바로 이 포인트구나 싶었다. 아이는 불안한게 아니라, 남편의 촛점없는, 의미없는 질문과 확인하는 습성을 유전당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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