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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Jan 22. 2023

제주에서 내 서재가 생겼다

매일제주 333일차

제주에서 조그만 마당이 있는 오래된 주택으로 지난주에 이사했다.

제주 일년살이를 조금 더 연장하게 되었고, 복직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집을 옮겼다.

주택에 사는게 소원이었어서 몇 개월을 기다렸다. 오피스텔이나 빌라 매물은 좀 있어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기다렸다. 웬지 마당있는 주택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느낌이 있었다.

바라는대로 이루어진다는 걸 알고 있어 우주의 기운을 끌여당겨 원했다. 정확한 소원을 우주에 빌었더니 바라던 바가 한가지 이루어졌다.


세개, 거실, 부엌에 분리된 집이고, 베란다가 꽤 넓었다. 집도 밝고 창문도 열어놓을 수 있었다. 이사 다음날 비가 꽤 내렸는데, 거실창을 활짝 열어놓으니 처마에서 비가 후두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좋았다.


일단 가장 큰 방을 내 서재로 찜해놓았다. 남편은 뭐라 반박하고 싶었겠지만 그냥 황당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결혼하고 내 방을 가져본적이 없지 않냐. 너는 육지에서 컴퓨터 있는 방을 항상 차지하고 방에 박혀 나오지 않는 날이 많지 않았냐. 출간 계약을 했으니 나도 이제 작가다. 원고 마감하려면 나만의 서재가 있어야한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나만의 서재를 갖고 싶다..라고 선수를 쳐버렸다.


육지에서 가끔 오는 남편은 아무말 할 수 없다. 대신 내가 주문한 서재에 놓을 책상을 열심히 만들어주었다. 명확한 걸 요청했더니 최선을 다해 만들어주는 모습을 보고, 이런면이 있었나 살짝 감동했다. 앞으로는 명확하게 주문해야겠다. (책장이 필요하다)


보일러가 들어오는 길이라 가장 따뜻한 방이라고 남편이 계속 말했지만 모르는척했다. (다른 방은 춥다는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서재에서 글쓰는 시간이, 책 읽는 시간이 가장 좋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완료하고 나면, 여유있는 책장에 꽂아두는 재미도 느끼고 있다.

아이를 방과후에 보내놓고 (학교가 코앞이라 혼자 걸어간다) 라떼를 한 잔 만들어 책상 옆 창을 열고 책상의자에 앉는다. 창밖의 앙상한 큰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며 봄이 되면, 여름이 되면 저 나무가 어떻게 변할지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창을 열면 찬바람이 들어와 오래 열어둘 수는 없지만 따뜻해지면 계속 열어놓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위안한다. 단점이 하나 있다. 공간이 좋으니 외출을 생각이 사라졌다. 나가서 걷기라도 해야하는데 지금은 나의 새로운 공간을 실컷 즐기고 있다.


출간계약한 출판사의 편집자와 지난 주 첫번째 회의를 한 시간 동안했다. 뭔가 신나고 재미있다. 본격적으로 원고를 써야하니 오전에는 걷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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