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아이는 오늘 수영대회를 나갔다.
정식으로 하는 대회는 아니고, 당일에 등록하면 겨룰 아이들을 그 자리에서 다섯명씩 나누고, 하고 싶은 유형, 거리만큼 본인이 선택해서 하는 수영대회다. 물론, 그런 대회라서 나가기로 했다. 3주전 쯤 대회 소식을 알았긴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 25분 수영수업을 하는 것 만으로는 택도 없었다. 수영대회에 나가자고 하니 아직은 엄마말을 듣는 나이라 아무 이견없이 그러겠다고 했다. 수영대회까지 2주가 남았을 무렵부터 수영연습을 시작했다.
25m 레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보라고 했더니, 중간에 멈춰 개헤엄을 하면서 쉬기를 반복했다. 왕복은 다녀와야 한다고 설득하니까, 같은 방식으로 25m 레인을 왕복했다.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잘 했다고 했다. 나도 수영대회를 본적도, 한적도 없으니 어떻게 연습을 시켜야할지 모르겠고, 무리를 하지 않는 수준이 어떤지 알지 못하기에 오늘은 잘 했으니 이만 가자고 했다.
다음 연습을 할 때는 25m 왕복을 한 번도 쉬지 않고 다녀왔다. 지난 번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지난 번에는 계속 쉬었는데 이번엔 한 번도 쉬지 않고 수영을 했으니 대단하다고 해주었다. 다음 연습때는 25m 왕복을 5번 정도 하게 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게 눈으로 보였다. 다섯번만 하라고 했더니 정말 다섯번을 하고 연습은 그만뒀다. 그리고 물에 떠서 혼자 신나게 논다.
다음 연습때는 몇 번을 하라고 주문하지 않았다. 그런데 25m 왕복, 그러니까 50m를 다녀오고 쉴 줄 알았는데 멈추지 않고 25m 레인을 왕복 두번했다. 그러니까 한번에 100m를 다녀온 거다. 정말 놀랐다. 이렇게 갑자기 실력이 는다고? 이번엔 두 손가락을 들어 최고라고 말해줬다. 엄마는 믿을 수 없다고, 연습을 했더니 너의 실력이 이렇게 늘어서 놀랍기만 하다고 해주었다. 아이가 오매불망 바라던 풍선껌도 사줬다. term1 때 짝꿍이 수영 클럽에 속해있는데 100m는 기본이라는 말에 자기도 한번 해봤다고 했다. 기특했다. 점점 잘하니까 욕심이 났는데 다음 연습에는 25m 레인을 8번, 그러니까 200m를 멈추지 않고 다녀왔다. 대회 마지막 날은 거리에 상관없이 다녀온 시간을 재기로 했다. 50m 자유형 첫번째 기록은 1분 34초, 두번째는 1분 27초, 마지막은 1분 24초였다. 점점 시간을 단축했으니 잘했다고 해주었다.
연습할 수록 느는 아이의 실력도 놀라웠지만, 연습이 전부라는 걸 세삼 깨닫는 내 생각도 신기했다.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말을 살면서 어마무시하게 들어왔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며 살고 있지만,아이를 통해 확인하자 더 놀라웠다. 아이에게는 이번 시합은 부담없이 즐기기위해 하는 거고, 이를 통해 너의 실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걸 주지시켜주었다.
오늘 수영대회 당일, 시합 30분 전부터 물에 들어가서 몸을 풀 수 있다는 어나운스가 있기가 무섭게 수영클럽에서 몰려온듯한 아이들이 똑같은 수영모를 쓰고, 차례차례, 엄청난 속도로 물을 가르며 자유형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 아이도 나도 압도되었다. 저런 아이들과 겨룬다고? 싶어서 내심 불안했는데 아이도 함께 불안한듯했다. 본 경기가 있기 전에 몸을 좀 풀어야 하는데 수영클럽 아이들이 다섯개의 레인을 장악하고 있었다. 아이에게 빨리 들어가서 한번이라도 왕복하고 몸을 풀라고 했는데 쭈뼛쭈뼛 서 있기만 한 모습에 괜히 화가 났다. 왕복 두 번을 연습하고, 애기들이 노는 풀장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는 아이와 눈이 마주칠때마다 환하게 웃어줬다. 내가 왜 화가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아마 불안이 아니었을까 싶었고, 이내 정신을 차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25m 자유형, 비슷한 체급의 아이들을 주최측에서 나눠줬다. 다섯명이 함께 시합을 하는데 아이는 5번 레인에 들어갔다. 시합 휘슬이 울리고 수영대회를 시작했는데 아이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으며, 아이가 꼴등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4등과도 차이가 많이 났다.
아이의 25m 기록은 31초.
정말 잘 했다고 말한 후 관중석에 앉히고 수건을 가져와 아이에게 둘러줬다. 아이가 실망한 표정으로 말한다.
"엄마, 내가 꼴찌로 들어왔어"
"태윤아, 엄마눈에는 태윤이가 일등이야. 너는 지금 이 수영대회 나온다고 2주동안 연습했잖아. 그런데 지금 여기 대회 나온 아이들은 오래전부터 이렇게 연습해온 애들이야. 너 쟤네들하고 비교자체가 안되. 왜냐하면 다른 애들이 연습한 기간하고 네가 연습한 기간이 같을 수가 없거든. 그 대신, 2주전의 너하고, 어제의 너하고 비교해봐. 처음에 너는 25m 끝까지 가지도 못했잖아. 그런데 연습하니까 100m, 200m를 쉬지 않고 수영할 수 있게 되었고. 너의 어제 기록은 25m에 42초였거든? 근데 너 오늘 31초로 들어왔어. 어제의 너와 오늘의 너를 비교해봐. 어때? 정말 많이 발전했지?"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던 아이의 표정이 환해졌다.
정말로.
수영대회를 나가자고 할 때의 나의 의도와 오늘의 결과가 맞닿아있었다. 아이가 처음나가는 수영대회를 통해 배우기를 바랬던 건, 연습없이도 일등할 수 있는 기적의 결과가 아니라, 어제의 나에 비해 더 많이 성장해있는 오늘의 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는 마음이다. 아이가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실은 나에게도 필요한 이야기였다는 걸 매일 육아를 통해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