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 어디였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이스라엘이다. 성지순례를 다녀온 것은 아니고,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어학연수라고요?"
"네! 히브리어 어학연수 입니다~"
"네? 히브리어라구요? 구약성경이 쓰여진 언어말이에요?"
"네에~ 그 구약성경에 쓰여진 언어는 고대 히브리어이고, 전 현대 히브리어를 배우러 갑니다~"
나의 전공은 '이스라엘 관련 학과'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과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대학동기가 얼마전에 페이스북에 에피소드를 하나 올렸는데, 너무나도 공감했다. 아래는 그 에피소드이다.
이사님이 전화하셨다
"자네 전공이 뭔가?"
"네! 히브리학과 입니다!"
"히브리어 할 줄 아나?"
"네! 할 줄 압니다"
"한번 해보게"
"샬롬!"
우리들만 빵 터지는 에피소드인지 모르겠는데, 우리 과 누구든 경험이 있다. 전공을 물어보고, 전공을 대답하면, 모두가 신기하게 쳐다봤던 기억. 대학졸업한지 강산이 두번이 변했는데도 항상 받는 질문들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우리과에서는 매년 여름방학때 키부츠로 과 동기, 선배들과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전통이 있었다. 다녀온 선배들은 하나같이 좋았다고 하고, 학과에서도 자신감 뿜뿜이다. (히브리어는 솔직히 고대든 현대든 어렵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때 5번째 키부츠 어학연수의 멤버를 2학년 1학기 접어들자 모집하기 시작했다. 1학년 때 호주에 다녀온 것도 있고, 그 당시 집안 사정이 별로 좋지 않아 부모님께서는 보내주지 않으시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와 너무 닮아서 선배들이 항상 헷깔렸다는 베프도 간다고 하고, 교수님께서도 따로 불러서 연수를 가보는게 어떻겠냐고 설득도 하셨기에, 너무 가고 싶은 연수였다.
한참이 지난 일이지만, 그날이 너무 생생하다.
부모님께 긴 편지를 썼다. 내용은 자세히 생각나지 않지만, 내가 이스라엘로 얼마나 연수를 가고 싶은지, 다녀와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각오를 편지로 써내려갔다.
수원에서 서울로 다녀야 하는지라 매일 새벽 6시 좀 넘어서 등교를 하는데, 주무시는 엄마의 머리위에 그 편지를 올려놓고 등교했다. 학교에 도착하자 이른 아침, 엄마가 연수를 보내주겠다고 삐삐의 (여기서도 나이 나옴) 음성 녹음을 남겨주셨고, 이를 듣고 뛸 듯이 기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정말 가길 잘 했다는 기억, 내 인생 처음으로 많은 자극을 받고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었던 연수가, 바로 이스라엘 연수이다.
여기서 잠깐! 키부츠란?
집단노동, 공동소유라는 사회주의적 생활방식을 고수하면서 이스라엘의 자랑으로 여겨져온 집단농장을 말한다. 이스라엘 ‘재건 신화’의 주축인 키부츠는 자발적 공동소유제를 채택한 독특한 공동체로 공동소유·공동육아·공동식사·직접민주주의 등의 운영 시스템을 일궜다. 현금도 개인계좌도 필요 없는 곳이 많았고, 일부는 옷까지 공동소유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