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회색빛 Oct 02. 2020

06. 내 걱정 말아요 그대 (feat. 추석)

나이와 명절 잔소리는 비례한다.


#6



엄마가 물었다.



“딸, 진짜 결혼 안 해? 나이 들면 외롭다.”

“사람은 옆에 누가 있든 없든 외로운 건 매한가지잖아. 괜찮아요, 엄마.”



잔소리가 늘어난 엄마

내 나이 30살.

주변 친구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같은 대열에 합류해야 하나?라는 알지 못할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하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은 한결같다.


,  할래.


나의 노후를 걱정하는 엄마.

나이 들어 아프거나 죽기 전에 옆에 누가 있겠냐고.

자식이 있어야 고독사는 면치 않겠냐고.

내가 치매에 걸리거나 병에 걸리면 누가 나를 돌봐주겠냐며 결혼에 대한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이상했다고 한다.

초등학생 시절.

장래 희망 조사를 하면 친구들은 의사, 과학자, 소방관을 쓰고 있는데, 나는 벤처기업 CEO를 고집했단다.

엄마가 대체 이런 건 어디서 봤냐고 물으면 TV를 가리키며 ‘나는 벤처기업 CEO가 될 거야!’ (CEO 뜻이 뭔지도 모르고)라고 주먹을 꽉 쥐었다고 한다.


더 거슬러 올라가 유치원생 시절에는,

다니던 유치원 옆에 있던 외국인 유치원 친구들과 철장을 사이에 두고 인사를 하고 친한 척을 하더니, 길가는 외국인을 보면 “헬로!”라며 아는 척을 그렇게 했다고..

엄마는 평범하지 않은 나를 보며 얘는 뭐가 되려고 이러나 싶었다고. 사실 그때 너무 불안하고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일까?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가진 나는, 지금도 남들과 같은 길로 가려고 하지 않고 자꾸 튀어나가려 한다.

다를 수 있다면 조금 다른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매일을 익숙하지만 새롭게 살아가려 노력한다.


엄마는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며, 너는 이럴 것 같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하면서도 나는 알아서 잘할 거라 내 걱정은 안 된다며.. 언행불일치.


엄마, 걱정 말아요 그대.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어서도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나를 보며 걱정이던 엄마는 매번 잔소리를 쏟아냈다.

남들은 이렇고 저렇고 근데 너는 왜 이렇게 조용히 넘어가질 못 하고 매번 뭘 자꾸 일을 만드냐며..

내 기억에도 나는 조용히 학교를 다니지 못했고 늘 뭔가 일을 기어코 만들어내는 관종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뒤에는 늘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라며 지지해주는 엄마와 아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엄마는 잔소리하면서도 내가 하고 싶다고 하면 해볼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했고, 아빠는 경제적인 부분들과 나의 쉬운 포기조차도 경험이라며 묵묵히 지지해줬다.


그렇게 나는 돈이든 시간이든 잃을 수 있어도 우선 직접 해보고 판단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가치관이 생겼고, 지금까지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하나, 결혼만 빼고.


최선을 다해서 내 삶을 살고 싶은데, 결혼하면 내 삶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되어버리는 게 나에겐 큰 압박감으로 다가오고 뭔가 숨 막히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늘 결혼에 있어서 내 생각을 존중해주던 엄마가 나이가 들수록 결혼에 대한 걱정과 잔소리도 느는 걸 보며 내가 너무 무책임한 생각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 이런 생각을 하다니, 뭐야 지금?




무뚝뚝하지만 내 편 아빠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제가 결혼 안 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요?”

“알아서 해. 아빠는 너한테 그런 스트레스 준 적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야.”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지만 이럴 땐 든든한 내 편.

그래도, 아빠 주변 분들의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손주들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좋진 않겠지?


그래서일까.


“근데 결혼할 거면 아빠 있을 때 해.”


아빠의 이 말이 괜히 코 끝 시렸다.

안 할 건데 뭐, 걱정 마.라고 답하면서도 우리 아빠 나이 들고 있네.. 싶은 복잡 미묘한 기분.

우리 아빠도 여느 아빠들과 마찬가지로 자식들 결혼하고 잘 사는 모습 보고 싶구나.

그래도 나의 생각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아빠라는 걸 알기에 그 따뜻함에 마음이 뭉클.


부모님은 다 그런가 보다.

내가 더 잘 살길 바라고, 더 행복하게 살기만을 바란다. 그들의 삶을 통해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고 나는 더 나은 선택을 하길 바라며 끊임없는 잔소리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잔소리는 더 늘어날 거고, 나는 그걸 감당할 만큼 더 단단하게, 내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지..





내 나이 30살.

작년과는 다른 시선들과 잔소리들이 함께한 추석.


남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아도 나는 잘하고 있다고.

엄마와 아빠에게 자랑스러운 맏이로 남을 거라고.

동생들에겐 더 든든한 기둥이 되어줘야겠다고.


나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더 성장하는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에너지 충전 후 복귀.

잘해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

작가의 이전글 05. 오마카세 커피 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