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만든 싸움
가난을 품으면 살아가면서 벌어질 일이었다.
난 오랜 기간 아내가 윈도쇼핑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사지는 않고 지나치기만 하는데 시간을 보냈으니 말이다.
그 시기는 정말 아내에게 옷이 필요했다. 시내 중심부 옷가게가 즐비한 동네를 거닐었다. 2백 미터 남짓한 길에 옷가게마다 들렸다.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지만 아내는 옷을 한 개도 구입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또 같은 가게를 세 번째 반복해서 들어가려 할 때 싸움이 났다.
미국에서 쇼핑에 대한 스트레스 연구가 있었다 한다. 스트레스 지수는 아내의 사별이 200,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가 100이란다. 쇼핑을 싫어하는 대다수 남자들이 받는 쇼핑 스트레스도 100이란다.
그래서였을까 난 지금도 아내의 쇼핑에 잘 따라나서지 않는다. 다행스레 아들은 엄마와 쿵작이 맞아 한번 나가면 한나절이 훌쩍 지나야 집으로 들어온다.
그 시절 아내가 옷뿐만 아니라 다른 물건 구입을 상당히 신중히 했던 것 또한 가난 때문이었으리라 지금 짐작한다. 아내는 얼마 안 되는 지닌 옷과 새로 살 옷을 머릿속으로 매칭하느라 그리 여러 번 입어본 것임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가격표를 보고 이보다 저렴한 것을 고르는 것은 그 시절에도 알고 있었다.
난 마음에 드는 것을 사라 했고 아내는 어떻게 그러냐며 싸울 일이 아닌 것에 싸움이 생겼던 것이 가난 때문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