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안이 없어서?
reservation을 예약으로만 알고 있었다. 내 짧은 영어실력 탓이다. 수능 이후로는 영어를 멀리했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hold도 보류란 의미가 있긴 하지만 잡고 있는 것이 아닌 살짝 옆으로 미뤄둔다는 의미는 reservation이 더 가깝지 않을까 싶었다.
예약과 보류를 한 단어로 표현하다니 맥락을 짚어내지 못하면 엉뚱하게 해석하겠구나 싶었다.
삶은 수많은 판단을 강요한다. 명쾌하게 처리할 때도 있으나 판단 실수로 일이 꼬이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결정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이는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결정이 초래할 다음 스텝이 그려지지 않음도 있다.
마음의 여유라도 있으면 잠시 뒤로 미뤄두는 보류라는 선택지를 찾을 테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급을 요하는 일일지라도 내게 벌어지는 일 중에서 촌각을 다투는 것들은 사실 드물다. 얼마든지 보류라는 선택지를 택할 기회가 있다는 의미이다.
근래 들어 난 빈번하게 선택 보류를 택한다. 신중함이나 최선을 찾으려는 이유는 아니다. 단지 판단이 서지 않고 실수를 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함이다. 코앞에 닥친 일은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초점이 맞지 않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가깝다 보니 감정적 동요를 일으켜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삶의 혜안이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런 건 내게 없다. 시간을 두고 다각도로 생각하다 보면 가끔은 조금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올라라기 마련이다.
reservation in life
삶 속에서 보류라는 선택지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