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바탕
뿌리가 깊으면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는다. 바탕이 든든하면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아이들 바탕의 근간은 양육자다.
믿어 주되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선을 넘는 일까지 허용하는 것은 자녀의 울타리를 무너 뜨려 나락으로 직행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타인에게 해가 가거나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함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인기 있는 아이들은 외모가 뛰어나서도 아니고 재력을 뽐내서도 아니다. 가까이하면 편하고 함께하면 즐거우며 힘들 때 위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인간의 관계란 이해관계로는 깊어질 수 없다. 주는 만큼 받던지 그 이상을 원하는 실리관계라면 받을 것이 없거나 리스크가 있다 판단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망설임 없이 곧바로 단절하기 마련이다.
학생들 또한 관계설정을 선심성 돈이나 주고받는 것으로 형성해 보려는 경우가 있다. 바탕이 든든하지 못한 탓이다.
늘 아이 할머니가 등장했다. 분명 부모가 있다 표기했으면서도 말이다. 수술을 이틀 앞둔 내가 아이 할머니 전화를 받고 방학중에 달려간 이유는 아이의 자살시도였다.
방문한 집에서 아이가 불안정한 이유를 알았다. 할머니는 며느리를 면전에 두고 장애가 있어 부족하다 했다. 70넘은 할머니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어 화재를 돌렸지만 할머니는 몰랐을 것이다. 자신의 언행이 그렇게 아끼는 손녀의 반쪽을 비하하는 발언이란 사실을 말이다.
할머니는 손녀와 잘 놀아달라며 동네 또래들에게 간식도 사주고 잘 놀면 용돈도 쥐어줬다 했다. 그랬던 아이들이 이제 손녀와 어울리지 않고 회피한다 했다.
아이가 만들어가야 하는 관계설정에 조부모가 지나치게 깊게 그것도 그릇된 방향으로 개입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할머니와 이야기는 끝이 났고 방에서 꼼짝 안 하는 아이를 꼬드겨 점심을 사 먹였다. 흥분된 마음을 다독이며 겨우 집으로 돌려보냈다.
믿을 만한 녀석 둘을 불러냈고 햄버거를 먹이면서 부탁을 했다. 눈치 빠른 녀석들은 방학에 갑자기 불러내서 무엇인가 사줄 때 어떤 일을 해야만 할 것이란 직감을 했다고 했다.
"오늘 기분 괜찮니?"
매일 이 말만 위태로운 녀석에게 해달라 했다.
긴급 처방이었다. 송두리째 뽑힐 뿌리에 가느다란 버팀목만 세워둔 조치였다. 무사히 졸업은 시켰으나 이후 상황까지 알 길은 없다.
얕은 뿌리와 빈약한 토대는 충분하지 못한 가정에서 비롯된 일이다. 아이가 흔들리거나 아슬아슬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가정에서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