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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타고 물어뜯고

강아지?

by Aheajigi

한때 집에서 많은 강아지들과 살았다. 이 녀석들과 장난을 치다 보면 나를 올라타고 살살살 물어뜯기는 일은 흔하디 흔하다.


이제는 강아지와 함께하지 않는다. 대신 가르치는 아이들 중 꼭 한둘이 강아지처럼 군다. 올라타거나 팔뚝에 이빨 자국을 내놓거나.


나이가 들어 면역력에 이상이 생기다 보니 몇 녀석이 물어놓은 팔뚝에 이빨 자국은 벌겋게 부풀어 오른다. 팔이 왜 이렇게 변했냐 태연스럽게 묻는 아이를 보며 사진 찍어서 엄마한테 보내준다 협박해 보지만 피식 웃을 뿐 전혀 긴장하지 않는다. 웬만해서 집에 연락하지 않는 나의 특성을 간파한 것이다.


물어뜯고 올라탐이 편안해서 인지 아니면 또 다른 좋아함의 표현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단지 그 대상이 교사인 내가 아니어야 함은 안다. 가끔 지나가듯 이런 행동은 엄마나 아빠한테 해보라 말하면 그렇게 못하겠다 한다. 내내 생활한 양육자보다 내게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 난 190일 한정적 만남일 뿐이고 양육자는 평생 함께할 대상인데 단기적 안정보다야 장기적 편안함이 아이 일생에 바람직하다 싶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었는지 밀접하는 녀석들 덕에 무릎은 쑤시고 팔은 저려온다. 아직도 십수 년을 더 해야 퇴직이란 사실이 눈앞을 캄캄하게 한다. 25년째 일해온 것도 아득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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