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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딸?!

회상

by Aheajigi

쉬는 시간이면 내 의자를 비집고 들어오는 녀석이 있다. 밀어내고 또 밀어내다 지쳐버린 아이이기도 하다. 이 꼬맹이가 대뜸 내게 묻는다.

"쌤은 저 같은 딸 낳고 싶지 않으세요?"

훅 들어온 질문에 잠깐 고심하다 귓속말로 대답해 주었더니 까르르 넘어간다.

"어쩌지. 선생님은 애를 낳을 수 없는 남자란다."


아내는 아들을 낳고 출혈이 멈추지 않아 위험했다. 4.06kg 자연분만이 위험했던 것인지 자중수축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아내는 아들이 커가자 둘째 이야기를 꺼냈으나 난 완강히 거부했다. 아내가 또 위험한 상황에 놓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나 같은 딸이 어떤지를 묻는 이 작은 꼬맹이 질문에 잊고 지냈던 과거 일이 떠올랐다. 엉겨 붙었을 때는 더디게만 흐르던 시간이 지나고 보면 참 빠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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