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걱정스러웠던 민원

아이의 자살 퍼포먼스

by Aheajigi


방학중 걸려온 한통의 전화.

이튿날 담낭제거 수술을 잡아 놓고 있었는데..

배를 움켜쥐면서까지 한 시간 거리를 겨우 운전해서 찾아간 이유는 자살시도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찾아올지도 모르는 담낭 결석으로 인한 복통의 두려움까지 함께 안고 정말 위험한 운전을 했어야 했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이 복통은 한번 시작되면 한 시간 반은 이어졌다. 나중에 담당 의사 선생님 말로는 아이를 출산하는 것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통증이라 하셨다. 시작한 일 때문에 방학이 오기까지 한 달을 그 통증과 씨름하다 겨우 수술 날을 앞두고 있었건만...


아파트 옥상에도 올라가고 손목을 자해한 흔적까지 있다 하니 정신없이 달려갈 수밖에...


집으로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신과 의사가 학교 일일테니 담임교사와 이야기를 하라 했단다. 학기 중 내내 그럭저럭 지내다가 방학 때 일이 터진 게 왜 담임인 나와 이야기를 나눌 일인지 그 정신과 의사 멱살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차분하게 주양육자인 아이 할머니에게 방학중에 손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더니 가까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아이들과 사이가 틀어졌던 일이 있었단다. 친구 폭이 넓지 않았던 이 녀석은 대성통곡을 했단다. 할머니는 이 아이들에게 수시로 용돈도 주고 집에 오면 음식도 시켜줬는데 배신감이 든다고까지 하셨다.


어울리는 시늉을 했던 그 아이들은 손녀의 친구가 아니라 말씀드렸다. 할머니가 건넨 돈이, 배달음식이 그 아이들의 목적이었을 것이라 했다. 매몰차게 손녀를 배척한 건 아마도 쓸모를 다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라고도 알려드렸다. 다시는 손녀와 어울리는 그 누구에게도 용돈 주는 일은 절대로 하시지 말라고 당부했다.


방에 혼자 웅크려 있는 녀석을 데리고 나와 좋아하는 이탈리안 음식을 잔뜩 먹였다. 기분이 좀 풀어졌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개학날 학교에서 꼭 보자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이 녀석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믿을 만한 다른 아이를 급하게 불러냈다. 배에서 기분 나쁜 통증이 살짝 느껴졌지만 버텨보기로 했다. 또 다른 식당에서 이 아이가 좋아라 하는 메뉴를 시켰다.


먹기 시작하나 싶더니 시키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묻는다. 눈치 빠른 아이다. 그냥 무엇인가를 사준 적은 없기에 이상하다 싶었나 보다. 개학하면 내가 수술 끝나고 학교 출근할 때까지 딱 한 가지만 해달라 했다. 자살 시도했던 그 녀석에게 "오늘 기분 괜찮아?" 이 말만 해달라고... 쿨하게 알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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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끝나고 입원해 있으면서도 내내 초조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괜찮냐는 단 한마디 관심은 사실 이 녀석의 폭주를 막을 임시방편이라 막연히 추측했다.

하지만, 그 작은 관심 하나가 그 녀석을 안정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퇴원 후 들어간 교실에서 이 녀석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져 있었다. 이 녀석은 관심에 목말랐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힘들었고 그렇게 위험한 생각을 한 그 아이를 보고 있는 것도 조마조마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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