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학생이 쓰러진다 해도 지켜볼 수밖에
교사 손발을 묶으면 벌어지는 일
체육시간 학생이 넘어졌다. 여학생이었기에 괜찮냐고 물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기에 지켜보았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일어선 뒤에도 제대로 걷지 못했다. 다른 학생에게 넘어진 아이가 원래 움직이는 게 불편했냐 물었더니 어딘가 많이 아팠다 한다. 당장 쫓아가 넘어진 아이에게 혹시 걷기 불편하면 보건실까지 안아서 데려다줄까라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를 양팔로 안아 올리는데 너무 가벼워 가슴이 아팠다. 보건실로 데려가니 보건교사는 이 아이가 류머티즘관절염이 있다 했다. 제때 치료가 안된 것인지 아이는 날이 추워지자 움직이는 것조차도 힘들어했다. 힘들면 체육 하지 말고 교실에 있으라 했더니 앉아서 보고 있겠다 한다.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페트병에 데운 물을 넣어 수건으로 감싼 뒤에 건네주는 것뿐이었다.
체력 측정으로 학생들 셔틀런을 진행했다. 한 학생 입술이 창백해지길래 그만 뛰어도 된다 했다. 하지만 이 녀석은 100번을 뛴 뒤에 서야 드러눕듯 쓰러졌다. 가만히 지켜보는데 호흡이 불안정했다. 괜찮냐 물어보는데 제대로 대답조차 못하고 숨을 헐떡인다. 숨을 쉬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지켜보던 아이들 도움을 받아 이 여자아이를 업고 보건실로 향했다. 50kg에 육박하는 아이 무게도 힘들었지만 젖은 이불마냥 힘없이 있었기에 떨어지지 않게 허리를 굽히고 양팔로 아이 몸을 감싸느라 요상한 자세가 되어 내 허리에 무리가 갔다. (한동안 파스를 붙이고 출근했다.) 보건교사의 진단으로는 이 아이에게 과호흡이 왔다 했다. 다행스레 병원까지는 가지 않았으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여기까지는 모두 과거의 일이다.
지금과 같이 뭐만 하면 아동학대이고 터치라도 하면 성추행으로 몰리는 상황 속에서 학생들이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한다 한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괜찮은지 묻고 119에 신고하는 정도뿐일 것이다. (학생을 업거나 안아서 옮기는 것은 업으로 삼는 직을 걸어야할 만큼 위험을 자초하는 행동이 되어버렸다.)
학생들 심정지가 온다 한들 CPR을 내가 할 수 있을까? 눌러야 할 부위도 애매할뿐더러 갈비뼈가 부러질 텐데... 제세동기는 있어도 쓸 엄두를 못낼듯(해마다 시행하는 CPR 연수를 들어봤다면 망설이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하실듯)
이후 이어질 뒷일을 감당을 할 자신이 이젠 없다.
손발이 묶인 현재의 교사 포지션으로는 말이다.
학교 밖에서 교사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라면, 대상이 학생이 아닌 지나가던 낯선 어른이라면 절대 이런 고민은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