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업일치라면 삶에서 직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민해 볼 가치도 없다. 이런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보편적인 사람이라면 삶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영위하기 위해 삶에서 차지하는 상당한 시간을 직업에 할애한다. 텐션이 높고 에너지가 넘친다면 퇴근 이후 시간을 얼마든지 하고픈 것을 하면서 즐기는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텐션도 그다지 높지 않을뿐더러 직장에서 탈탈 털린 덕에 잔여 에너지는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퇴근 이후 시간은 휴식으로 채우는 일이 대부분이다.
"삶에서 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살아가는데 가장 소중한 것은 물론 가족이다. 하지만 소모하는 시간 비중을 따져보면 직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불일치로 인해 종종 내가 뭘 하나 싶은 상념에 젖어든다. 그래서인지 일이 조금이라도 더 과해지거나 예상에 없던 변수들이 삶으로 침투하면 번아웃에 빠져 버리곤 한다.
"챗바퀴 같이 반복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한다."
안정이라는 것을 손에 쥐고 있기에 이것을 내려놓고 섣불리 다른 것을 잡지 못하는 나의 소심함이 가장 큰 원인인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이 반복되는 일상이 끊임없는 번아웃을 불러옴에도 탈피를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것은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월등하기 크기 때문이다.
내려놓으면 분명 다른 것을 찾을 테지만, 그것이 지금 만큼의 수익과 안정감을 주리라 장담할 수 없다. 더 잘된다는 믿음이 있다면 훌훌 벗어버릴 테지만, 그런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과 인고의 시간을 감내할 자신이 사실상 내겐 없다.
"워라벨은 직업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삶과 일의 밸런스를 찾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삶을 시시때때로 휘청이게 만드는 업을 등에 이고 삶과 일의 균형을 찾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불균형을 불러온 직업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인가? 수많은 시간을 알게 모르게 버티기 위한 그간의 자신은 바보였다는 것인가?
직업을 바꾸지 못하면서 워라밸을 찾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이다.
"정신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다."
일이 삶을 지배하는 까닭은 직장에 있는 물리적 시간 때문만은 아니다. 퇴근 이후의 삶 속에 일에서 파생된 다양한 감정 찌꺼기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면 방해까지 일어나니 24시간 전체를 일이 지배하는 상황도 부지기수이다.
퇴근 시간 이후에는 직업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해보기도 했다. 정신을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 또한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일을 잊으려 애를 쓸수록 그 자체가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됨을 알았다.
일이 삶의 전부가 되면 안 된다.
삶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직업은 제한적인 비중을 차지해야만 한다.
삶에서 적절한 일의 비중을 찾아가는 정답은 모르겠다.
다만, 일이 자신의 삶에 지나친 크기를 차지하지 않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