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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Jan 10. 2024

내가 너무 반했던 아이

매력이 넘친 이유


첫인상이 강렬했던 아이는 아니다. 살짝 새침했을 뿐 눈에 띄지는 않았다. 수업에는 적극적이었기이 이 녀석이라면 혹시나 싶었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글쓰기를 주제로 1년간 프로젝트 수업을 했다. 대부분 아이들은 수업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글쓰기도 멈췄다. 4학년 10살이기에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 아이는 달랐다. 주말 내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8천 자에 가까운 글을 완성했다. 너무 놀라웠고 이 아이의 열정에 반해버렸다.


 첫 공모전에서 당당히 대상을 수상했다. 난 길만 알려줬을 뿐 온전히 이 녀석의 실력이었다. 가르치는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녀석은 교직 경력 통틀어 정말 처음이었다. 이런 귀한 아이를 만나고 반하지 않을 교사는 없다.


 편지는 학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 받았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너무 크게 자리 잡은 녀석을 남겨둘 수 없기에 연을 끊었다. 내가 이 아이를 가슴에 품고 있으면 이후에 만나는 아이들에게 너무 큰 기대와 실망을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이 아이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충분히 잘 자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매력이 넘치는 녀석이 가끔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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