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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Feb 15. 2024

1등 못해본 삶

내 몫은 아닌 듯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와 취업까지 탈락의 고배를 마신적은 없다. 그럭저럭 어중간하게는 살아왔다. 집안의 고비는 있었을지언정 개인적 고비는 없었다.


안정적 직업에 안착하자 각종 대회나 공모전에 야심 차게 도전했고 대차게 떨어졌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다 어느 순간 순위 내에 입상해서 수상을 하면서 욕심이란 것을 부려봤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시간도 들이고 애도 써봤다. 학창 시절 이렇게 자발적인 노력을 했다면 대학이 달라졌을 텐데 아쉽기는 했다. 돈도 안 되는 글을 쓰면서 이런 때 늦은 후회가 더 커지기는 했다.


 그럼에도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40대 후반으로 가까워지지만 단 한 번도 없다. 디테일이 문제인가 싶어 살피기를 반복했다. 트랜드 문제일 수도 있다 판단하여 다루기도 했다. 그리고 알았다. 1위와 나의 연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공모전에 턱걸이로 붙었을 때는 운이 좋았다 생각했다. 대상 바로 아래 최우수상을 받았을 때는 기쁨보다 간발의 차로 미끄러진 등위에 내심 아쉬워했다. 입상보다 월등한 최우수상이 어쩌면 더 그리 아쉬움만 남았는지 한동안 몰랐다. 시간이 흐르고 나니 나도 몰랐던 내 안에 욕심이 너무 크기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려나란 복기를 해본다.


 1위와 이어지지 않은 것은 엄연한 실력이자 운이란 사실을 안다. 각종 대회는 심사자의 주관이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취향이 맞지 않으면 가점 요인은 사라진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극복할 특출남이 내겐 없었다. 이건 분명한 실력차다.


 부족하고 미흡하다 스스로를 자책하지는 않는다. 이제 모두 지난 일들이고 도전은 항상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경험들은 내게 좋은 추억이자 자산이기에 잘 간직하고 살아간다. 뛰어난 이들에게 좋은 성과가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 과정에 함께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내 삶에 1등은 없었지만 말이다.


더는 1등을 욕심내지 않는다. 이제 대회나 공모전은 적극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이르기도 했고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버거움도 자각하고 있다. 경주마처럼 질주본능에 내달렸지만 트랙이 아닌 곳으로 고개를 돌려야 할 때가 왔다. 이제 해왔던 것들 말고 다른 길도 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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