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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Feb 26. 2024

불만의 시대 16

스탠더드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다. 내 삶은 비극이고 주변인의 삶은 희극처럼 느끼는 이유는 제대로 알지 못해서의 차이일 뿐이다. 담낭 수술로 끙끙 거리며 세상 이런 고통은 처음이라 느꼈을 때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다른 환자는 췌장암이셨다.


 물론 비극의 강도가 사람마다 다르긴 하다. 타인의 비극이 실감 나지 않기에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닥친 불행이 가장 크고 힘들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나만 힘들고 나만 고된 삶은 아님에도 그렇게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이런 우울함을 증폭하는 것이 흔히들 말하는 스탠더드 한 라이프이다.

이런 기준 척도를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들 이 정도는 살아야 사는 게 아니겠냐고들 말한다.

 직종과 소득, 여가와 여행, 주거형태나 지역, 자녀의 성적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기준도 상당히 높다.

 한 가지도 달성하기 힘든 목표치를 스탠더드로 정하니 푸념만 늘 수밖에.


 굴곡 없는 평탄한 삶에 재력과 자식 복, 그리고 영원한 행복까지 바라고 있으니 욕심들이 배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이다.

 달도 차면 기우는 것은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다. 행복과 불행은 언제나 등을 마주하고 있기에 좋은 일만 영원할 수 없음을 안다. 안 되는 것을 바라는 부질없는 욕심 때문에 행복은 지나치거나 작게만 느껴지고 불행은 깊고도 크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불행만 충만한 삶이라 판단하니 불평과 불만만 늘어갈 뿐이다.

 온전한 정신이라면 웃음을 경험하지 않았을 리 없다. 밝음과 행복이 단 한 번도 깃들지 않았을 수 없다. 스스로 큰 바람에 긍정적 시간을 자각하지 못했을 뿐일 것임에도 절대 자신에게도 행복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삶에 표준이란 없다. 전쟁이 나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내 의지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음에 기쁨을 느낄 수 있으면 그만이다. 이 나이에 이 만큼은 살아야 하지 않냐는 입발림에 흔들리면 삶은 우울해질 일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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