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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Mar 02. 2024

겉모습

타인을 향한 자신만의 분류.


 "선생님은 왜 맨날 옷이 같아요?"

 "옷이 검은색 한벌 밖에 없어요?"

 종종 아이들에게 듣는 이야기다. 아이들은 나를 옷거지쯤으로 판단한 모양이다. 매번 차는 지하주차장에 두고 걸어 다니니 더 없어 보일 런지도 모르겠다. 가끔 차를 끌고 가면 이 차가 선생님 것이냐 의심 어린 눈초리로 물어본다. 아이들 생각에는 경차가 어울릴 법한데 대형차를 탔나 보다. 내가 참 없어 보이긴 한가 싶다.

 "관심 끊어줄래." 아이들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대꾸한다.


 이런 일은 또 있었다. 10년도 지난 일이긴 하지만 참 오래 기억에 남는다. 분양받은 집에 이사를 마치고 지쳐버렸다. 가구 몇 가지를 사야 했기에 아내와 트레이닝 차림으로 가구단지로 향했다. 첫 가계에서는 가진 금액이 얼마인지 묻더니 짝퉁으로 맞춰준단다. 이게 뭔가 싶어 다음 가계를 둘러보았다. 인터넷으로 사전에 보았던 것들과 가격을 비교하고 있으니 웬 남자가 다가와서 가구는 가격을 비교하는 게 아니라며 아내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그 자를 불렀다.

"너 뭐라고 했어. 이리 와봐!" 군대 제대 이후 그렇게 소리지를 일이 있었나 싶다. 내 모습을 보고는 슬금슬금 뒷걸음치며 그자는 달아났다. 사장으로 보이는 여자가 등장하더니 참으란다. 여기는 손님 응대를 이따위로 하시냐고 따지듯 묻자 그제야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린다.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일인지 당신은 납득이 되냐 했더니 아내가 말리며 나가자 했다. 결국 가구는 세 번째 가계에서 구입했다. 700만 원을 지출하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이유는 딱 한 가지 때문이었다. 트레이닝복 그 하나가 이런 사태를 만들었음에 정말 어이가 없었다.


누구나 타인을 머릿속으로 평가한다. 잘 알던 모르던 간에 말이다. 상당수는 겉모습이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사람들이 형편에 어울리지도 않은 자칭 명품에 열을 올리나 싶다. 성형 수술이 만연한 것 역시 마찬가지지 싶다.


살아감에 있어 외모와 값비싼 상대의 물건이 내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정말 모르겠다. 비싼 물건들과 멋진 외모가 온화한 관계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일로 만난 사이라면 깔끔한 일처리가 서로에게 좋다. 친목을 다지는 사이라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감정을 어루만지는 게 모두다. 옷과 시계, 가방과 얼굴, 그리고 몸매가 과연 중요할까?


여전히 나는 비슷한 옷을 한 가계에서 여러 개 사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옷을 사는 것이 귀찮고 번거롭다. 내가 좋아라 하는 옷은 몸에 걸리적거리지 않고 민감한 피부에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종종 두드러기가 일어날 조짐이 있는 날에는 트레이닝 복장으로 출근하기도 한다. 책상 모서리에 살짝 눌리기만 해도 살이 부풀어 오르는 지경이라 헐렁한 옷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점점 운동복 출근이 늘어나고 있으니 이제는 옷이 없냐는 아이들의 질문을 듣게 될 듯싶다.


돈이 없어서 옷을 사지 못할 형편이 아니기에 난 전혀 괘념치 않으나 정말 형편이 빡빡해서 옷을 살 수 없다면 이런 차별성 발언이나 행동에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둘러진 것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태도 한심스럽고 그걸 거침없이 입 밖으로 쏟아내는 아이들의 무지한 용감함도 걱정스럽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지 않는다면 세상은 절대 좋아질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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