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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Mar 31. 2024

무서워요!

서비스를 받겠다는 착각


담임교사인 내가 무섭단다. 학부모총회 교실로 찾아온 두 학부모의 공통 의견이었다.

친절하고 치료 잘 못하는 의사와 무뚝뚝하지만 잘 치료하는 의사가 있다면 어떤 병원을 가실지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에 답을 주저한 것은 질문의 난해함이 아닌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함임을 안다. 대답을 기대한 질문도 아니긴 했다.

교사인 내게 잘 가르치는 게 중요한지 아니면 친절한 것에 비중을 둬야 할지를 확인하는 차원이었다.


4년 뒤면 중학교로 진학하고 그때는 수치화된 성적표를 받아보실 것이라 말했다. 공부하는 자세나 습관을 지금 만들지 못한다면 힘들 것이란 설명도 함께 말이다. 아직 학생들이 해야 할 것보다 하고 싶은 행동을 먼저 하는 성향을 갖고 있어 실질적 학습에 상당한 방해를 받고 있음도 알렸다.

그제야 아차 싶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에게 좋은 사람 역할은 가정에서 부모님이 충분히 해주시면 되고 교사인 나는 무서워할지라도 꼭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겠다 하니 그러라며 동조하는 태도를 보인다. 속내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학부모들은 원하는 서비스를 받겠다는 본심을 숨기지 않는다. 20명 넘는 학생들에게 원하는 사적 서비스를 제공하면 수업은 언제 하란 것인지 묻고 싶다. 가정에서는 자녀가 원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허용적으로 들어주는지 그것도 아리송하다.

무섭다 말하는 자녀가 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원인은 왜 궁금해하지 않는지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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