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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Jun 23. 2024

기웃거림

큰 욕심은 없다.

교사가 응할 수 있는 이런저런 공모전이 제법 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교사라는 직업 에서도 도전할 것들이 보인다. 요즘은 후배 선생님들께 이런저런 대회가 있음을 종정 알려주고 있다.


한때는 내가 이런 공모전에 진심인 적이 있었다. 새로운 학습 모형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논문을 읽었다. 족히 수천 장의 종이를 뽑아댔지 싶다. 나만의 가설을 세우고 수업 프로그림을 적용한 뒤 결괏값을 정리하여 한 편의 보고서로 완성하는 밑작업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지냈다. 물론 원하는 만큼의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가 월등히 많았다. 얻어걸리듯 몇 번은 괜찮았다. 지방 일간지와 중앙지에 이름과 사진이 몇 번 걸렸으니 말이다. 신문인지라 유명세는 전혀 없었다. 물론 기대도 안 했다. 신문에 언급된 것도 한참이 지나서 알았으니 말이다.


난 오히려 따라오는 부상이 마음에 들었다. 한 번은 300만 원 상당의 국외연수, 다른 몇 번은 10만 원부터 300만 원까지 온라인 입금이었다. 100~150만 원 선으로 두어 번 받았다. 그때는 쏠쏠하다 좋아라 했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준비하는데 1개월에서 6개월까지 걸렸으니 노력한 기간 대비 페이가 큰 일들은 아니었다.


이제는 엄두가 안 난다. 예전에는 교육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에 편승하는 것이 어렵지 않으나 지금은 정말 고통스런 노력이 필요하다. 기를 쓰고 시작 한해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AI를 필두로 한 변화가 어렴풋 보이기는 하면서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기만 하는 이유이다. 체력적 뒷받침이 절대 안 됨을 안다. 도전한다 욕심을 냈다가는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어디 한군데 탈이 나서 입원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모전 프로세스도 이젠 거슬린다. 상금을 내건 대회 상당수는 PT를 하란다. 출품작 제작이 힘든 것뿐만 아니라 발표 시나리오를 짜는 것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발표 과정에서 심사위원이랍시고 앉은 교수들의 말도 안 되는 질의에 분노를 참아가며 현명하게 응답할 자신도 없다. 초등학교 4학년 사회과 학습모형 개발을 두고 내가 받은 황당한 질문은 정치적 편향성이었다. 교과서와 신문을 이용한 수업을 두고 내게서 어떤 색깔이 보였던 것인지 아직까지도 너무 궁금하다. 지금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날 선 대답으로 맞받아칠 것이 분명하다.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견뎌낼 재간이 없는 현재 포지션에서 딱 참가상 받을 정도만 끄적거린다. 오탈자도 확인하지 않을 만큼 성의가 없는 이유는 큰 무엇인가를 전혀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소소하게 도전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꼴랑 커피쿠폰 정도이다. 이곳저곳 찔러보는 관성이 남아 미련을 이렇게 떨고 있지 싶다.

잘 먹지도 않는 커피 쿠폰을 받아서는 취업을 준비하는 예전 제자들이나 이래저래 힘들어 보이는 후배 교사들에게 안부 인사와 함께 보내고 있다. 쓸모없는 일에 엄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슬슬 이 기웃거림도 내려놓아야 하는데... 습관처럼 몸에 배어버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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