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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Feb 20. 2023

OO대학 출신 & OO병원 부인

프로파일(?)을 앞세우는 이유.

 교직 입문 초창기, 초등학생도 중간기말고사를 볼 때가 있었다. 학생들의 석차까지 정리하지는 않았지만 교과별 점수는 가정으로 배부했었다. 그렇다고 이 점수가 생활기록부에 기재되거나 어떠한 형식으로 보존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 민족은 "시험"이란 글자만 보면 경쟁본능이 활성화되나 보다. 학생이나 학부모들끼리 점수를 합산해서 평균을 내고 일등부터 10등까지는 훤히 꿰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점수에 상당히 민감했다. 이런 예민함은 결국 시험 문제에 대한 민원으로 터지고야 말았다.

 "이건 정답이 틀렸어요."

 "교과서 00쪽에 보시면 답이 쓰여 있습니다."

 "나 OO대 출신이고 OO병원 부인이에요. 내가 볼 때는 교과서가 틀렸다고요."


 시험문제 한 개를 놓고 본인 프로파일과 남편 직업까지 들춰낸 것은 자신이 가르치는 교사보다 높은 위치에 있음을 주장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야 교과서가 틀렸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라 확신했을 테고. 이런 스토리를 짜려 머리란 것을 굴리셨을 텐데.

 내 입장에서는 뭘 어쩌자는 것일까 싶었다. 나름 이름 있는 대학까지 나왔다고 하는 사람 입에서 이런 수준 이하의 발언을 들을 줄은 몰랐다.

 아이 시험지 점수를 다시 살폈다. 이 문제를 맞는다 해서 올백점도 아니었다. 아무리 찾아도 이 한심한 작태를 이해할 그럴 실마리는 찾을 수 없었다.


 난 결국 문제 한 개에 대한 민원 때문에 교무실과 교장실을 연신 불려 다녔다. 이게 뭐라고 민원을 넣을까 싶기도 하고 명백히 교과서에 있음에도 대강 마무리하라 압박도 우스깡스러웠다.

 안이나 밖이나 참 요지경이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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