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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Apr 03. 2023

예민한 아이에게 무뎌지라 말하는 이유

주변 모두가 민원 대상으로 보일터


 점심시간 극단적 편식을 하는 아이가 발견되면 곧 사건사고가 발생하겠구나 직감한다. 먹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선별적으로 먹는다는 것은 타인과 어울려 지냄에 있어서도 극단적으로 예민할 수밖에 없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자신을 통제하는 어른이라면 이런 예민함을 감출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속내가 대부분 훤히 드러난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예민한 아이들은 곧바로 폭발적 감정 상태를 나타내곤 한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사건의 시작이 그다지 크지도 않다. 일반적 아이들이라면 이렇게까지 난리 칠 사안은 분명 아닌 경우가 대다수다. 기분대로 난리를 치면 그때는 후련할지 모르나 뒷수습하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물론 그 모든 뒷감당은 난리 친 당사자의 몫이지 교사인 내가 개입할 사안은 아니기에 끼어들지 않는다.

 억지 사과를 시킨다 한들 깊게 파인 감정의 골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앙금은 남기 마련이며 비슷한 사건은 강도를 더하며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결국 긴 학교생활이 점점 힘들어진다. 특정 대상에게 필요 없는 신경을 쓰게 되며 다른 소소한 일들까지 연결지어 전체적인 본인의 생활을 스스로 뒤흔든다. 이것이 뻔히 보이기에 넘길 건 넘기라 말하지만 무뎌짐이란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에 획기적 진전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작은 기분 나쁨에 크게 반응하지 말라 한다. 살면서 갈등은 필연이기에 모든 사건에 민감하면 자신의 삶이 힘들어진다 말해준다. 당장의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 살면서 언젠가 때가 되면 그 어떤 방법을 분명 찾을 것이다. 그때 무뎌짐에 대한 기억 한줄기라도 남아 있으면 미미하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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