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도를 넘어선 치장이 안타까운 이유
치장에 쏠린 역량
어릴 적 외사촌 자매는 염색한답시고 맥주로 머리 감기를 했단다. 그것이 효과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12세와 10세가 염색이란 것을 하리라 생각지도 못했기에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꾸밈에 진심인 그 사촌들은 공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제 염색은 초등학교에서 흔하다. 머리카락이 무지개 빛깔인 아이부터 노란 아이, 와인색이라는 아이까지 각양각색이다. 남자아이도 장발과 염색을 하고 있으니 치장 파티장이 따로 없다. 옷까지 특색을 보였다면 코스텀 플레이장이라 해도 믿을 법한 곳이 바로 학교이다. 아이들의 지나친 외모 꾸미기에 대해 잘못 언급했다가 곧바로 민원에 시달리기에 외면할 수밖에 없다. 치장을 경제적으로 뒷받침 해준게 다름 아닌 양육자이란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저 예쁘지 않아요?'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6학년 여자 아이는 가부키 화장법을 하나 싶을 정도로 과하다. 목은 누리끼리한데 얼굴만 허옇게 떠 보이니 보기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화장품은 늘 품에 안고 다니는지 틈만 나면 꺼내 얼굴을 두드리느라 바쁘다. 배꼽이 보이는 티를 입고 핫팬츠까지 참 어렵다. 치장에는 열성을 보이지만 수행평가를 하라면 안 한단다. 공부는 아웃 오브 안중이다. 학교는 꾸민 것을 자랑하러 오는 곳인가 보다.
꾸밈에 신경 쓴다는 것은 이목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타인에게 주목받는 것에 관심이 큰 만큼 잘 보이기 위해 치장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이다. 괜찮은 외모를 드러내기 위한 이와 같은 노력에 가진 역량을 총 동원하기에 공부에 할애할 잉여 에너지가 부족한 듯싶다.
교사인 입장에서 볼 때 가장 기본적인 초등학교 수준의 학습도 위태로운 이런 아이들이 점점 난이도가 올라가는 중고등학교 수준의 학습을 원만히 수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견된다. 결국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도 있지 않나 걱정스레 보인다. 학교가 뭐가 중요한지 되묻는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을 나열하면서 말이다. 그런 드문 사례가 본인에게도 허용될 것이란 자신감이 놀라울 따름이다.
사회란 곳은 매번 자격 증명을 요구한다. 그 대부분은 학벌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과연 어떤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기에 이 아이는 그토록 자신만만한 것일까?
기본적인 배움은 적절한 시기가 있다. 재수가 힘든 것은 나 홀로 견뎌야 하기 때문이란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다. 시기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또래와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하면 힘든 고비들을 그래도 순탄하게 넘길 수 있다. 치장에 올인하는 아이들이 나중에 홀로 무엇인가를 위한 학습을 시작한다 해도 중도에 쉽게 포기하는 이유는 홀로 힘든 것에 있다.
가진 역량을 제때 쓸모 있는 곳에 쓰면 좋으련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