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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Apr 24. 2023

옆반으로부터의 민원! 보이스피싱?

선을 넘는 아이


 수업시간 문을 빼꼼히 열고 옆반 선생님이 얼굴을 내민다. 급한 일이 아니고서야 직접 찾아올 일이 없기에 무엇인가 터졌구나 직감했다. 잠깐 할 말이 있다기에 아이들에게 잠깐 과제를 주고 복도로 나갔다.

 전화번호와 카톡캡처 사진을 보여준다. OO 가족 연락처가 맞냐기에 가정환경 조사서를 뒤적거려 확인한다. 한 녀석의 엄마 번호다. 캡처 사진을 보고 내용을 파악하니 돈을 달라는 보이스피싱 문자처럼 보였다.

 스마트폰 해킹을 당한 것인지 아니면 이걸 설마 장난이라고 한 짓인지 파악을 해야 했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학년 연구실로 아이를 불렀다. 캡처한 사진을 보여주고 혹시 이것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잠시 쭈뼛거리더니 자기가 한 장난이란다.

 어디가 장난인지 되물었다. 말을 못 한다. 이건 장난이 아니라 보이스피싱을 모방한 범죄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장난인데 왜 상대방 엄마가 이것을 저장해서 옆반 선생님께 보냈겠냐고 다시 물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장난도 정도껏 해야 하는데 범죄를 따라 하는 것은 장난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는 사과하겠다고 했고 상대방 아이도 사과를 받아들여 아이들 선에서 문제는 일갈했다. 하지만, 문자를 보낸 상대방 아이의 엄마가 이 선에서 수긍할지 그건 모르겠다.

 이 녀석 엄마와도 통화를 했고 아이가 보낸 문자도 같이 전송했다. 한 시간가량 지난 뒤 상대방 엄마에게 직접 사과를 하신다기에 그건 잠깐 지켜보자고 말씀드렸다. 다이렉트로 연결될 경우 오히려 일이 커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기 때문이다.

 10살에게 보이스피싱 모방이 장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난감하다. 생활교육은 가정에서 해달라 말했으니 이 이상의 개입은 오지랖이라 판단하여 멈췄다.

 이 불똥은 복도에서 공을 걷어찬 녀석에게 쏟아붓고 말았다. 그러다 유리창이라도 깨지면 엄청난 사고가 된다고 수없이 말을 했건만, 자리만 비우면 난리를 치니 걱정스럽다. 말로는 소용이 없기에 앞으로 학교에서 허락 없이 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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