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클리닉 상담일지
언제부터였을까
남편은 주말에 미리 약속을 잡는 걸 스트레스받아했다.
어릴 때부터 친구도 많고 항상 약속도 많았던 나는
주말의 경우 거의 매주 약속으로 가득 차있었다.
대부분은 남자친구, 남자친구가 일이 있다고 하면 서둘러 다른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나는 남자친구에게 이런 말을 하며 양해를 구하곤 했었다.
"나는 친구 주기가 있어. 일정 몇 명의 친구들을 돌아가면서 만나는 거지
크게 5~6그룹(혹은 개인)의 친구들을 주말에 한 번씩만 만나도 두 달이 지나가고
첫 번째 만난 친구는 '안 본 지 두 달이나 됐네? 언제 볼래?' 하며 다시 만나는 거지"
일종의 친구 서클이랄까?
저 중에서도 더 자주 만나는 친구는 평일에도 시간을 내어 만났었고,
자주 보기 어려운 친구는 6개월에 한 번도 봤었지만
어쨌든 나는 항상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하며 만나자고 잘 말하는 파워 E 성향이었다.
나의 이런 성향을 잘 아는 주위 친구들은 어느새부턴가 자연스럽게
내 일정에 맞춰 약속을 미리 잡았다.
"너 이번주 약속 없는 날 언제야?"
"너 담달 중에 시간 되는 날 있음?"
그러면 나는 남자친구에게 이날 친구를 만나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하고
친구를 만나러 가곤 했었다.
나는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않는, 양해를 구하는 착한 여자친구였다.
남자친구에서 남편으로 호칭이 바뀔 때에는 내 친구들도 남편도 서로를 또 하나의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다.
남편은 내 친구들을 좋아했다.
나처럼 항상 시끄럽고 웃기고 재밌는 내 친구들을.
결혼하고 2년까지는 결혼 전만큼은 아니지만 "유부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나는 친구들을 자주 만났다.
결혼 전과 다름없이 남편에게 양해를 구했고, 항상 남편은 갔다 오라고 허락해 줬다.
나는 착한 여자친구에서 착한 와이프가 되었다.
나의 결혼 생활에서 나의 수식어가 '착한'이 되는 동안
남편의 수식어는 '피곤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