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클리닉 상담일지
남편과 사귀기로 한 날, 생각했었다.
'어쩌면 얘랑 결혼할 것 같아 '
만난지 300일이 지나자 결혼 얘기가 오고갔고
만난지 500일이 되던 날 프로포즈를 받았고
만난지 538일이 되던 날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의 연애기간 538일
그 긴 시간동안 나의 남자친구는 대단했다.
나랑은 달랐다.
그 때 당시에 나는 평일에 회사 다니고, 주말에는 자격증 공부하러 도서관을 다녔다.
그리고 밤에는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놀러다니느라 바빴다.
결국 체력은 금방 바닥이 나서 조금만 과음을 하면 바로 감기에 걸리고 골골댔다.
그 친구와 썸타는 기간에도 몇번이나 감기때문에 힘들어했던 나와 달리
그 친구는 술을 아무리 마셔도 쌩쌩했다.
금요일 밤에 친구들과 다같이 만나서 밤 새 술을 마셔도
그친구는 토요일 오전에 출근은 했고, 퇴근하고 나면
토요일 오후까지 실컷 자고 해가 지고나서야 느지막히 모이는 우리들 곁으로
또 와서 같이 놀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그 친구는 강철체력이라 불렸다.
밤을 아무리 새도
술을 아무리 마셔도
그 친구는 항상 쌩쌩했다.
그랬던 그 친구는 딱 3년이 지나고 항상 '피곤한' 남편이 되었다.
남편이 부부 클리닉을 같이 가겠다고 대답했지만
솔직히 나는 우리가 못 갈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 주말에 일 갈 수도 있어"
"나 지금 내친구들 약속도 계속 미루고 있어, 진짜 바빠"
"아 나 왜이렇게 만나자는 사람이 많아??? 피곤해"
등등 다양하게 주말을 방어하고 있는 남편이었기에
"우리 주말에 상담 예약할게"
라는 말이 안나왔다.
또 내가 가자고, 또 내가 약속을 잡는것만 같아서 괜시리 눈치가 보였다.
고민만 하던 어느 날 찾아보기나 할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 창에 '부부 상담, 부부 클리닉' 등을 검색해봤다.
어느 클리닉에서 센터를 소개하는 블로그 글을 클릭했다.
'20년, 혹은 30년 이상 따로 살아온 남녀가
부부가 됐다고 해서 몇년 만에 서로의 인생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상담을 통해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인생이라...
나는...남편의 인생 이해하고 있는것 같은데..
남편이 내 인생을 이해못하는것 같아서 문제지...
그리고 사실 지금 우리의 문제는 인생을 이해하느냐 못하느냐가 아니라
남편의 현재 태도가 문제인건데... 흠...
조금 더 생각해보기로 하고 창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