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왔다.

by 전소

거의 3달 동안 매일매일 기다렸던(?) 그 순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서워서 정신과 도움까지 받아야 했던 그 순간.

드디어 그 순간이 왔다.

소장이 도착했다.


봉투 속에는 거의 50장에 달하는 두꺼운 서류가 담겨있었다.

대부분은 현장 사진, 증거 서류였고 뭐라 뭐라 나를 고소하는 내용이 적힌 종이는 6장 정도 되는 거 같았다.

솔직히 무서워서 고소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지는 못했다..

상상했던 것처럼 소장을 받고 산산이 부서져 버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무서워서….


일단 변호사님에게 해당 내용을 보내고 의견을 받기로 했다.

변호사님은 딱 봐도 초예민하고 조급한 나의 심리 상태를 보고 워워 시켰다.

소장에 답변을 보내는 것은 30일 내에 하면 되고 그 이후에도 뭔가가 긴박하게 진행되기보다는 정말 느린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특히 이런 누수 문제는 명확하게 원인을 찾기 어려워서 과정이 늘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 과정에서 변호사만 이득을 보는 케이스라고 했다.

하지만 상대가 소송을 건 이상 나는 이 상황을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은 모든 것은 돈 문제 - 얼마나 더 낼지 말지의 문제 - 로 귀결될 거라고 한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했더라면 상대가 이 소송을 걸지 않았을까? 그 과정에서 내가 한 잘못은 무엇이었을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내 잘못 보다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사고 같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 중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피할 수 없는 사건사고 같은 것.

그러니 너무 나를 몰아세우기보다 그냥 이 사건사고를 가지고도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면 되지 않을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끝나겠지.

그리고 그 끝에 - 이 사건사고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내가 있을 거고,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이 사건사고 ‘덕분에’ 더 성장한 내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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