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늘 체력을 이야기하게 될까

체력과 함께 잃어가는 것

by 모희원

관계를 대하는 태도부터,
일상과 커리어, 삶, 표정까지.


30대 중반쯤 되면
이런 것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여유로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생각만은 여전히 20대 초에 머물러 있고,
삶의 나머지는 오히려 퇴보한 것처럼 느껴진다.


아니, 생각은 20대에 머물러 있는데
그때만큼의 열정은 없다.


웃기게도 나는
남도 아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고 있었다.


왜 예전보다 더 멋있어지지 않았는지,
영화 속 커리어우먼처럼
잘나가지 못하는지.

왜 과거엔 취미가 몇 가지나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없는지.


그런 괴로운 꾸짖기를 꿈속에서도 이어갔다.

그렇게 자책과 다짐을 반복하다가
내일이 오면,
결론 나지 않은 생각들을 접어두고
해야 할 일을 한다.


짬짬이 고뇌하고
결심 비슷한 걸 해보지만,
이내 다시
눈앞에 펼쳐진 일들로 돌아간다.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되었다.


20대의 기준은 ‘나’였기에
조금 더 단순했고,
결심도 쉬웠고,
도전도 바로 할 수 있었다.
좌절 역시 얕았다.


지금은 ‘가족’을 선택했기에
내 열정만을 따라
결정할 수는 없다.


차마 포기는 못 한 채,
목적에 가까워지기 위해
여러 경우의 수를 두고
시간 날 때마다
계산기만 두드리다 보니
끝없이 반복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이런 말을 되뇌곤 했다.


‘체력이 있어야 가족을 돌보면서
나 자신도 챙길 수 있다.’

‘체력이 있어야 긍정적이다.’

‘체력이 있어야 미래가 있다.’


분명 맞는 말인데,
지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는 이 문장들로 내 상황을 합리화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체력을 기르기 전에,

아니, 체력도 기르면서

무엇을 버텨내고 있는지부터

묻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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