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아현 May 26. 2024

악! 귀신... 귀신이다!

정말 귀신이었을까?

반짝이는 빛 속에 그녀의 까만 실루엣이 보였다.

그리고 나에게 오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친구가 내가 사는 아파로 이사를 왔다. 아니 이사를 올 예정이었다.  

인테리어를 일찍 끝낸 친구는 새로 산 가전을 집에 미리 들여놓고, 이사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현아! 필요하면 우리 집 건조기 써."

아직 건조기가 없었던 나를 위해 친구는 새로 산 건조기를 써볼 기회를 줬다.

"진짜? 건조기 한번 써보고 싶었는데 한번 써볼게."

"응, 한 번 써봐."

"앗싸!"


다음 날 퇴근 후 세탁을 일찍 끝내고, 빨래를 바구니에 담아 친구 집을 찾았다. 인테리어를 한 친구 집은 깨끗하고 넓었다. 집을 한 바퀴 둘러본 후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동작 버튼을 눌렸다.

남은 시간 1시간 20분!


나는 1시간 뒤 밤 9시쯤 다시 친구 집을 찾았다. 현관문을 열자 현관 입구 불이 켜졌다.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아무도 없는 껌껌한 집 안이 갑자기 으스스하니 무서웠다. 얼른 세탁실 쪽으로 뛰어가 세탁실 불을 켜고 건조기에서 옷을 꺼냈다. 건조기에서 나온 옷은 보송보송하니 새 옷 같았다.  


따뜻한 빨래를 바구니에 넣고 세탁실 불을 끄고 나오는데... 사방이 껌껌했다. 친구 집은 최고층이라 인근 불빛이 거의 비치치 않았다.

세탁실 불을 켜두고 갈 수도 없고, 얼른 현관 등을 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벽을 잡고 더듬더듬 걸었다. 현관 입구에 도착했을 때쯤 등이 빨리 켜지길 바라며 손을 위로 들고 흔들었다.


그런데... 그런데...

입구 등은 켜지지 않고 문 입구에서 시꺼먼 그림자가 내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으악!!!!!!!!!!!!!!!"


너무 놀라 뒤로 넘어졌고, 인테리어 한다고 쌓아둔 의자들이 내 몸과 함께 우당탕탕 쓰러졌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일어설 힘도 없었지만, 얼른 이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 벌떡 일어섰다. 그런데 그 검은 그림자가 아직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으악!!!!!!!!!!


너무 놀라 뒷걸음치듯 그녀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몸을 옮겼다.

그때 현관 입구 등이 팍! 켜졌다.


미친 사람처럼 신발을 대충 신고 뛰어나오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어 다시 뒤를 돌아봤다.


'어라! 현관이 이쪽이었네. 그럼 내가 손을 흔든 곳은 현관이 아니고, 현관 옆 화장실?러면 내게 손을 흔든 여자는? 나였나?'


랬다. 난 현관 옆에 있던 화장실이 현관인 줄 알고 손을 흔들었다. 그때 거울에 비친 나도 내게 손을 흔들었다.

껌껌하지만 거울은 살짝 반짝였고, 거울에 비친 나는 시커맸다.


내가 나를 보고 심장 터질듯 놀라 친구 집 의자를 다 쓰러뜨리고...

상황을 알고 나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친구에서 전화해 건조기 한번 쓰다 죽을 뻔한 이야기를 전하는데, 친구가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던졌다.


"진짜 너였을까?"

"야!!!!!!!!!!!!!!"




나는 이 나이에도 귀신을 무서워한다.

얼마 전 엄마를 모셔다 드리기 위해 컴컴한 시골길을 운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좁은 시골 차도 가운데 빨간 옷을 입은 아저씨가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저 아저씨 위험하게 왜 저기서 걷지?"

그런데 엄마가 말했다.

"사람이 어디 있노?"

"으악!!!"

난 그날 가족들을 다 내 옆에서 재웠다.

이전 07화 남 좋은 일하는 팔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