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겪은 이상한 이야기_24
2017년 8월 27일에 쓴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될 것 같은 꼬맹이 둘의 대화를 듣게 됨.
한 명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반성문을 써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나 봄.
"야 너 반성문 써봤냐?"
"당연히 써봤지! 반성문 쉬워~" (저 나이에는 저런 경험도 자랑인 듯했음...)
"어떻게 쓰는 거야?"
"뭘 잘못했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 이런 거 쓰면 돼~"
"오~ 근데 A4용지 한 장 써오라는데?"
갑자기 둘 사이에 침묵이 흐름...
"그럼 글씨를 크게 쓰면 되지 않을까?"
"너무 크게 쓰면 더 혼나는 거 아냐?"
또다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흐름.
둘은 종이를 채우기 위해서 잘못했습니다를 여러 번 쓴다던가
잘못한 상황을 최대한 자세히 쓴다던가 하는
심도 있는(?) 토론을 하기 시작함.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구랑 싸워서 반성문을 쓰는 듯했음.
"근데 이거 일기처럼 나는 오늘 이거 쓰면 안 되나?"
둘 사이에는 침묵과 함께 깊은 한숨이 나왔음.
"그런 거 쓰면 더 혼나는 거 아냐?"
"그렇지? 아... 어떻게 쓰냐 반성문"
잘못한 것에 대한 반성은 생각조차 안 하면서
반성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보니 뭔가 재미있는 상황이지 싶었음.
더 재미있는 건 결론이었는데
결국 자기랑 싸운 애가 더 잘못을 했다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반성문은 내일 쓰는 것으로 결정하고 쿨하게 요즘 재미있는 게임 이야기로 넘어감.
애들 싸움이야 늘상 있는 일이지마는 생각해보면
어른들 싸움에서도 진짜 반성보단 그 뒤에 어찌할까 고민하기에 바쁜걸 보니
진짜 애들은 어른의 거울인듯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