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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래 Jul 05. 2020

아이는 어른의 거울

일상에서 겪은 이상한 이야기_24

2017년 8월 27일에 쓴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될 것 같은 꼬맹이 둘의 대화를 듣게 됨. 

한 명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반성문을 써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나 봄.


"야 너 반성문 써봤냐?"


"당연히 써봤지! 반성문 쉬워~" (저 나이에는 저런 경험도 자랑인 듯했음...) 


"어떻게 쓰는 거야?"


"뭘 잘못했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 이런 거 쓰면 돼~"


"오~ 근데 A4용지 한 장 써오라는데?"


갑자기 둘 사이에 침묵이 흐름... 


"그럼 글씨를 크게 쓰면 되지 않을까?"


"너무 크게 쓰면 더 혼나는 거 아냐?"


또다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흐름.

둘은 종이를 채우기 위해서 잘못했습니다를 여러 번 쓴다던가

잘못한 상황을 최대한 자세히 쓴다던가 하는 

심도 있는(?) 토론을 하기 시작함.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구랑 싸워서 반성문을 쓰는 듯했음.


"근데 이거 일기처럼 나는 오늘 이거 쓰면 안 되나?"


둘 사이에는 침묵과 함께 깊은 한숨이 나왔음. 


"그런 거 쓰면 더 혼나는 거 아냐?"


"그렇지? 아... 어떻게 쓰냐 반성문" 


잘못한 것에 대한 반성은 생각조차 안 하면서 

반성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보니 뭔가 재미있는 상황이지 싶었음.


더 재미있는 건 결론이었는데 

결국 자기랑 싸운 애가 더 잘못을 했다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반성문은 내일 쓰는 것으로 결정하고 쿨하게 요즘 재미있는 게임 이야기로 넘어감.


애들 싸움이야 늘상 있는 일이지마는 생각해보면 

어른들 싸움에서도 진짜 반성보단 그 뒤에 어찌할까 고민하기에 바쁜걸 보니 

진짜 애들은 어른의 거울인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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