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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래 Jul 05. 2020

나는 타락했어

일상에서 겪은 이상한 이야기_25

2017년 10월 12일에 쓴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애들이 내 앞을 걸어가고 있었음.

말싸움을 하는 건가 뭔가 말투가 격앙되어 있는 게 짜증이 난듯한 느낌이었음.

처음에는 좀 멀어서 잘 안 들렸는데 그 두 명의 걸음이 점점 느려져서

대충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음.


대체 뭐가 문제냐는 둥, 자기 생각에 이건 이해가 안 간다는 둥 하는 이야기였고

상대적으로 한 명이 좀 더 격한 감정이었고

다른 하나도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흥분하긴 마찬가지였음.


그러던 와중 격한 감정의 친구가


“아 XX 이건 아니다 풀고 가자!”


라고 말했음...


뭔가 싸움의 징조 같아 보여서 둘이 싸우면 저걸 말려야 하나 살짝 눈치를 보는데

갑자기 메고 있던 가방을 앞으로 돌리더니 가방을 확 열어버렸음.


뭔가 위험한 게 나오는 거 아닌가 해서 빨리 말려야 하나 하고 급하게 발을 떼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시험지를 꺼내는 것이 보임.


순간적으로 판단이 서지 않아서 뭐지 싶었는데

그 두 명은 바로 앞에 있는 핸드폰 가게 문 옆에 앉아서

문제를 풀기 시작함... 진짜 잠깐 동안 멘붕이 왔음...


착각했던 게 얼마나 뻘쭘하던지 땅바닥이 꺼지는 느낌이었음. 

공식 어쩌고 하는 거 보니 수학 문제인가 본데

그 뒤로 그 친구들이 뭐라 했는지는 기억도 안 나고

그냥 막 걸어서 버스 타러 왔음.


아이들은 순수했고 나는 타락한 것 같은 기분임.

가는 길에 맥주나 사가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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