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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래 Jul 05. 2020

콤퓨타란 무엇인가

일상에서 겪은 이상한 이야기_26

2017년 10월 23일에 쓴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지난주 헬스장에서 샤워하고 나와서 갈 준비 하는 중에

할아버지 네 분이 TV 앞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것을 봤음.


TV에서는 사이버범죄가 증가하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고 있었음.

그때 한 할아버지가


"그러니까 콤퓨타를 다 없애야 돼!"


마치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차를 다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 같은

기적의 논리를 펼치시면서 열변을 토하기 시작함.

그러자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아니 콤퓨타가 얼마나 좋은데 난 타자도 쓸 줄 알어"


라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시기 시작하셨음.

남은 할아버지들은 그 할아버지한테 신세대네 하면서

부러움의 눈빛을 보내는 느낌이었고

콤퓨타를 싫어하시는 할아버지의 안색은 더 안 좋아지심.


"아니 그 슈퍼 콤퓨탄가 알파곤가 그거 땜에 사람들 일자리 다 없어지고 그러는 거 아녀!

나는 그냥 이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돼! 날씨도 볼 수 있고 이걸로 다 되는데"


할아버지 핸드폰도 콤퓨타에요. 

그리고 그 말 하신 슈퍼 콤퓨타가 날씨 알려주는 건데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런 말을 했다가는

설교를 한 시간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냥 조용히 있는데.


"어 그거 몰라? 핸드폰도 콤퓨타야!"


라고 신세대 할아버지가 말씀하심.

할아버지 잘한다!라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에


"어? 이게 핸드폰이 전화지 왜 콤퓨타야!"


라는 반격이 들어왔음.

컴퓨터라는 것이 연산 도구를 의미하는 것이고

핸드폰에도 그런 연산을 할 수 있는... 아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렵고 뭐라고 설명하지? 싶었는데


신세대 할아버지는 콤퓨타 반대 할아버지의 핸드폰을 뺏어서

화면을 열고 화면을 몇 번 터치하시더니


"봐! 타자가 있지? 타자 칠 수 있지? 이게 콤퓨타가 아님 뭐야"


아... 타자를 칠 수 있으면 콤퓨타라는

두 번째 기적의 논리를 들으면서 한편으로 진짜 감탄했음.

생각해보니 정말 틀린 말도 아닌 것이...

타자를 칠 수 있고 그걸 보여준다는 건

입력과 출력이 되는 것이고 그 사이에 연산과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 자꾸 넘어가면 이상하고 무튼 굉장했음.


콤퓨타 반대 할아버지는 핸드폰에서 타자를 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좀 더 정확히는 핸드폰도 콤퓨타라는 것을 알고는

심하게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음.


결국 콤퓨타 반대 할아버지는 콤퓨타도 괜찮다는 선으로 양보했음.


뭔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투성이 속에서

은근히 핵심을 찌르는 느낌이랄까


나중에 누가 컴퓨터란 무엇인가 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타자칠 수 있으면 컴퓨터라는 드립을 날릴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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