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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치 Apr 24. 2018

외로움 vol.1


동물을 좋아한다. 학교를 들어갈 무렵부터 강아지는 수도없이 키웠다. 엄마가 작은 슈퍼를 했었던 예닐곱살 쯤에는 쥐잡이용 고양이도 키웠었다. (이름이 얌생이였다. 설마 내가지었냐;;)


나는 어린 동생을 대하듯 그들을 살뜰히 보살피고 아꼈다. 지붕아래 오로지 강아지와 나뿐인 세상, 그 털북숭이를 향한 나의 특별한 사랑을 두고, 어른들은 쟤가 혼자 자라서 그렇다고들 말했다.


이제와 생각하니 수년간의 동물애호가 고작 애정결핍의 증거로 재단되는것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딱히 아닌 것 같지도 않아 그런가보다 한다.


(왼) 3살 보리, (오) 9살 막둥. 나이와 이름은 무관하다.


첫 애완동물은 말티즈였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까지 쭉 혼자있는 나를 위해, 엄마가 어디서 강아지를 한마리 데려왔었다. 이름이 뭉치였던가. 그랬을거다 아마.

강아지는 낯선공간과 사람들에 적응하지 못하고 며칠을 울기만 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도 쉬지못하는 날들이 이어지자, 엄마는 끝내 뭉치를 돌려보내고 말았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상실은 소유를 전제로 한다. 단 며칠, 강아지가 있다 없어진 그 허전함을 계기로 외로움을 어렴풋이 배우지 않았을까. 그때의 나는 아마, 그 낯선 감정의 이름을 몰랐을 것이다.


외롭다는 그 한마디를 몰라서, 바쁜 엄마를 귀찮도록 쫓아다니고, 축구하러 나가려는 오빠를 붙잡고 매달렸을 것이다.


목련나무 그림자가 머리위를 덮는 저녁, 이층집으로 오르는 계단에 앉아 예정되지 않은 가족의 귀가를 기다리며 이른 봄 바람 추위에 몸을 웅크렸을 것이다.


엉덩이가 닿은 면적이 동그랗게 젖었던,

시렸던 시멘트 계단의 온도와 추위를 기억한다.


네이버 기다림 검색. 블로그 주인도 퍼온거같은데 출처를 뭐라고 써야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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