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치 Feb 27. 2022

우리, 이혼할 수 있을까 #6

한걸음씩 이혼의 현실이 다가오고


 살 집을 찾기 시작했다.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는 읍 소재의 안락한 공간이라야 한다.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하고 살림이 다 들어갈 만큼 충분히 넓으며, 무엇보다도 안전하고 깨끗해서 내 정서적 안정을 해치지 않을 곳.


 그간 섬 외곽에 위치한 자가에 살았으니, 읍 소재 부동산의 시세나 매물정보에 대해 알 턱이 없다. 분가준비는 순조로운지 묻는 X에게 이제 집을 알아보려 한다고 대답했다.



"여기는 부동산 매물 찾기 힘들어요. 서둘러야 할거야.

그리고 나도 이 공간을 써야하니까  9월 되기전에 나가줬으면 해."





 주말을 틈타 읍내 부동산 서너곳을 돌아보았다. 부동산 자체도 몇 곳 안되는데, 가는데 마다 외근중 팻말이 걸려서 사람 얼굴 보기도 어렵다. 뭔데. 이 상황. 마지막으로 들려본 부동산에서야 드디어 말을 좀 나눠보게 되었다. 근데, 방 있냐는 물음에 생소한 표정을 짓는다.



 "이 지역 분 아니시죠? 발령받아 오셨나? 여기사람들은 방 내놓을때 부동산 안 써요. 수수료 떼기 싫어서. 지자체 홈페이지 있죠? 거기 들어가 보세요. 전세고 월세고 다 거기 올려놔. 그걸로 거래해요."



 허탈. 부동산은 주로 투자 목적의 토지나 임야, 농지매물을 다루는 듯 하고, 전월세 매물은 아예 없다고 했다. 정보를 얻고 싶으면 지자체 홈페이지나 지역신문광고란을 뒤져야 한다. 세상에. 홈페이지에서 방을 찾는다니, 이걸 지역문화로 봐야할지 낙후의 일면으로 봐야할지 모르겠다. 하기사, 남들이 위치기반 중고거래 어플로 애들 장난감 사고, 생필품 거래할때 이 동네엔 무려 어선이 올라오니 말 다했지.




 

 그날부터 혹시나 좋은 매물을 놓칠까, 며칠간 10분에 한번씩 해당 홈페이지의 부동산란을 들락날락 했던 것 같다. 역시 여기가 촌구석이라도 사람 사는데라, 집이 아예 없는건 아니었다. 다만 주거조건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 방과 거실, 부엌이 분리된 12평이 회사 근처에 있기에 신나서 뛰어가 봤더니, 세상에 현관이 무려 알루미늄 샤시문이다. 그거 있잖아, 대폿집 같은데 가면 옆으로 밀어서 여는 문. 심지어 불투명 유리창이 달린. 집주인이 그 문 연다고 자물쇠에 열쇠 꽂는데 기함할뻔 했다.


진짜 이렇게 생겼었다...



 집을 구하려면 대출도 필요하다. 결혼전까지 모았던 종잣돈은 진작에 다 헌납했고, 이혼한다고 난리난 오빠는 10원 한 장 안 보태줄거니 혼자 알아서 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럴줄 알았다면 시어머니가 그 돈 준다고 할때 냉큼 받아둘것을. 이제 남이라고 입 싹 닫는 그 얼굴이 새삼 밉살스럽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 원망에 속 썩을 시간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친정에서 도와주지 않는게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애초에 도움받을 생각도 없었지만, 말이라도 따뜻하게 좀 해주지, 꼭 저래야하나 싶어서 울컥 화가 솟았다. 두고보자. 오빠보다 훨씬 행복하게 잘살고 만다. 두고보자. 두고보자.





 이자가 싼 대출을 알아보다가 신혼부부주거자금대출이 있어 그걸 하기로 했다. 이혼을 앞둔 마당에 웬 신혼부부 대출이냐 싶겠지만 아직까지 서류상 부부이기도 했고, X가 그 부분까지는 협조해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 일체의 위자료를 주고받지 않기로 했다. 위자료는 결혼 이후에 축적한 재산을 대상으로 한다. 상대에게 귀책사유가 있다해도, 축적된 재산이 없으면 받을 것도 없단 얘기다. 이혼을 고려하며 위자료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이 부분을 잘 파악해야 한다. 괜히 위자료 얘길 잘못 꺼냈다간 외려 내가 줘야할 것 같아서 그 부분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도 아쉬워서 시어머니에게 '네 아들 카드값으로 쓴 그 돈 준다며. 왜 말이없니?' 를 아주 예의차려 물었었다.


 평소 봐온 시어머니 성정 상 머리채를 안잡히면 다행이겠다 싶긴 했는데, 역시나 '니가 우리집에 일하러 온 것도 아닌데 무슨 돈을 주냐'고 잘라냈다. 우리 엄마는 기가막혀 했고, 나는 생각대로 머리 안잡힌 걸 다행이라 했다. 엄마가 울었다. 엄마에게 말한것을 후회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아요는 용치에게 큰 힘을 줍니다 히히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이혼할 수 있을까 #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