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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흘람 Nov 27. 2023

I am back home

다시 집으로 돌아오다

11월 초 예정대로 독일에 다시 돌아왔다.

그동안 어디가 진짜 집이었는지 헷갈릴 정도다.

파키스탄 아님 독일?

아님 둘 다 아니었을까?


10월 초부터 슬슬 진행되었던 이삿짐 패킹은 10월 말에 되어서야 겨우 쌌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건지 아님 혜택을 받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미리 짐을 쌀 수 있었다.

얘들 학교 간 사이에 우선 필요 없는 것들부터 정리했던 거 같다.

파키삶의 특권이었던 큰 마당이 있는 대저택 삶이었던지라 있었는지도 몰랐던 물건들도 꽤나 많았다. 물론 유통기한이 지난지도 모른 뜯지도 않은 새 음식들도 말이다.


그리고 여기 중고거래가 이루어진다고는 하지만 글쎄 나는 그리 쉽지 않다고 본다.

독일에선 이베이 등 중고거래가 정말 흔하고 또 드림도 많이 하는데 파키는 부자도 많지만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 또한 너무도 많기에 드림 자체가 있지도 않다. 오히려 중고가 새 물건값보다 비싸다 할 정도 :)


어쨌든 독일에서 절대 사용하지 않을.. 절대 사용할 수 없는 물건들(예: 가스레인지)은 다 중고거래로 팔았고 정말 나 자신에게 놀랄 정도로 대부분 현지인 거래로 성공했다. 물론 그 과정은 험난했고 거기에 관련된 글은 따로 작성하겠다.

 

우리는 짐을 두 종류로 쌀 수 있었다.

첫 번째는 항공편으로 보내는 걸로 보통 2개월이 소요되는 컨테이너 짐들과 달리 귀국 후 2-3주 내에 받아볼 수 있다. 정말 긴급한 거 필요한 거만 싸고 제한은 400킬로였다. 400킬로가 생각보다 얼마 안 된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박스랑 포장 무게도 고려해야 하고 우리는 대부분 겨울옷을 쌌다. 글라스 제품은 포장이 두꺼워지고 막 던져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단다.


마지막날 우리는 낮에 모든 짐들을 컨테이너에 실은 걸 확인했다. 묘한 느낌이다.

정말 떠난다는 게 실감 난 순간이다.  텅 빈 집안 구석구석 눈으로 보며 기억하고 싶다.


학기 중에 가는 거라 학교에서 특별 마지막날에 우리 아이들을 위 페어웰 파티를 해준단다. 아이들 친구들이 모두 앞으로 나와 잘 가라며 노래를 불러주는데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암튼 그냥 쑥스러워서 애써 눈물을 감췄다.


얘들 성적표 등등 받고 얘들 선생님들 모두 개인적으로 만나 정말 감사했다고 전했다. 웃기지만 정말 슬펐다. 이런 감정 너무도 자주도 느껴왔지만 언제나 참 싫다.

파키스탄 수도에서 가장 비싸고 뛰어나다는 미국 국제학교인데 성적표 겨우 A4용지 프린트받는데 한 2시간 걸렸다면 다들 안 믿겠지? 나도 프린트기 앞에 올 때까지 못 믿었으니까.


그리고 아이디카드, 차량 스티커 등 모두 반납하고 학교는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 밤.. 텅 빈 집안

비행기는 카타르 항공이라 카타르 도하 체류하고 독일로 갔다. 비행기가 새벽 3시였기 때문에 우리 차량은 밤 12시에 집에 와서 얘들을 잠시라도 재웠다.


아이 베스트 프렌드네가 공항 가기 직전에 잠시 마중 와줬는데 참나 이거 너무 슬프더이다ㅠ

그래서 사실 거절하려다 또 호의를 거절하는 건 그럴 거 같고 그래서 그냥 그냥


암튼 공항 가는 차량에 탑승하고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했는데 정말 공기가 매웠다. 그리 지겹 오고 갔던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인데 이제 마지막이다. 볼 것도 그다지 없는 공항인데 이번에는 제대로 봤다. 언젠가 이곳을 기억할 때 하나라도 더 기억할까 싶어서 말이다.


귀국 항공편은 비즈니스석이 제공되었고 카타르 항공 비즈니스 석은 처음이다.

시설보다도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더 좋았던 거 같다. 기내식은 여전히 맛이 없었지만..

도하에서 독일행 비행기를 타려니 독일어가 막 들리니 어색했다. 한 동안 못 본 독일인들 ㅋㅋ


독일에 있는 친구들이 날씨가 우중충하고 쌀쌀하다 듣고 오긴 했는데 도착해 보니 겨울옷이 필요했었다. 난 고작 여름원피스에 카디건 하나 걸쳤는데..


독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아 여긴 벤치가 드물지?

아 여긴 공항 카터도 유료였지?


짐이 많았던지라 큰 택시를 타고 예전집으로 돌아왔다. 집이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우선 필요한 물건 사러 동네 마트를 갔는데 다양하고 물건이 신선해서 눈이 막 돌아갔다.

금방 어두워지는 이곳


마치 긴 꿈에서 깨어난 느낌

신기하게도 꿈처럼 금방 잊버린 그곳의 삶, 추억


천천히 되짚어보려 한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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