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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May 08. 2024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남편의 말을 듣고 나서 찬물로 샤워하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잠시 멈추고 싶어서 휴직을 냈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갈 것이다. 내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멈춰있는 그 시간은 '무급'이니 통장에 찍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삶에 전반적으로 마이너스의 흔적을 남길 태세였다.


모든 것에는 기회비용이 따르는 법. 무급의 기간을 살아보기로 용기를 냈지만, 내가 포기한 천만 원대의 돈값을 할 수 있을까?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내 시간과 월급을 맞바꾸었다. 이제 나는 월급을 버리고 시간을 벌었다. 당장 이 시간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을까?


시간은 이고, 시간은 이다. 하지만 시간은 이나 처럼 쌓아둘 수 없다. 오히려 쌓아둔 돈으로 시간을 맞바꾼다는 점에서 시간은 소비재에 가깝다. 그렇다면 시간을 어떻게 소비하느냐가 내겐 가장 중요한 미션이었다.


물론 나의 휴직 사유였던 '육아'휴직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되었다. 그러나 아이에게 젖을 물리던 그때의 '육아'휴직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었다. 아이가 일상적인 학교 일과를 소화하는 동안, 나도 나의 성장을 위한 숙제를 소화해내고 싶었다.


다만 '일만 시간의 법칙'처럼 시간을 투자의 개념으로 활용하기에는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마음이 급했다. 월급에 볼모 잡힌 시간을 벌기 위해 무급을 감내하고 휴직을 선택했는데,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한 씨름이 시작되었다.


절대적이고 물리적인 시간을 크로노스라고 한다면, 이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내는 기회의 순간을 카이로스라고 한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나는 카이로스를 잡아야 했다. 시간은 어차피 흘러갈 것이다. 다만 나는 흘러가는 이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죽은 물고기만이 흘러가는 물에 떠내려간다고 했던가?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역행자의 투지까지는 아니더라도, 흐르는 시간 속에서 기회를 잡아보기 위한 발버둥이 시작되었다.


부안 내소사에 있는 천 년이 넘은 느티나무. 천 년이라니 마음이 웅장해졌다. 천 년의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위기가 있었을까.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기회가 지나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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