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 Oct 17. 2024

나의 서재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당신에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브런치에서 자꾸만 망설여지는 것이 있다. 바로 '관심작가'를 늘리는 일이다. 나의 관심작가 목록은 대부분 브런치 활동 초기에 형성되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먼저 찾아와 흔적을 남겨주신 분들이다. 낯선 곳에 들어섰을 때 입구에서 환영해 주던 사람에 대한 친밀감으로 채워진 셈이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 다짐했던 것처럼, 블로그와 인스타 계정을 키우며 질려버렸던 이웃신청과 선팔 같은 행위는 하지 않았다. 브런치는 계정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관심작가를 늘리는 일은 자유로웠다.


그러다가 나의 글을 구독해 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맞구독을 해야 할까 고민되는 시점이 있었다. 초기 나의 구독자들은 글을 발행하지 않는 독자 계정이 많았기에 맞구독은 의미가 없기도 했고, 브런치에서만큼은 구독 행위에 연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관심작가 목록에 일찍이 마감을 선언하고 닫아버렸다.


관심작가보다는 라이킷이라는 기능이 더 마음에 들었다. 글을 쓰다 보니 그 힘이 생각보다 강력해서 이미 글을 쓰고 있던, 글을 쓰고 있는 모든 브런치 작가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와 그들이 선택한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를 응원하고 싶기도 했다.(라이킷을 남발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라이킷 빌런이라는 말이 있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내가 바로 빌런이었던 것이다. 이런!)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댓글로 진심을 전하며 마음과 생각을 나누는 분들도 생겼다. 바로 이 지점에서 관심작가를 늘리는 것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 관심작가 수가 늘었는데 본인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상처받는 분이 계시면 어떡하지? 이 분은? 또 이 분은?


모두를 포함하기에는 내가 지양하기로 했던, 계정 자체를 위한 맞구독 행위와 다를 바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예 0명으로 만들어버리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았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돌연 '구독 취소'를 당하는 셈일 테니. 나 또한 밑바닥에 있는 마음을 글로 쓰고 나서 생긴 변화에 마치 손절을 당하는  같았다. 오랫동안 나의 관심작가로 위촉되어 있던 분들께 나처럼 위축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양해를 구하고자 쓰는 글이다. 브런치에서 관심작가는 나의 서재를 보여주는 이라는 이경 작가님의 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는 자유롭게 나의 취향으로 나의 서재를 만들어가려 한다. 물론 글을 쓰는 작가 입장에선 내 글이 누군가에게 선택되지 않았다는 사실로 인해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애초에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글은 수준이 아니라 취향이라는 한서율 작가님의 문장처럼, 나의 관심작가 목록은 내 취향의 글을 쓰는 사람들로 구성될 것이다.


누구에게 관심이 없어서도 아니고, 특별히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저 내 취향의 문장과 글을 따라서 나의 브런치 서재를 채워갈 것이다.



* 혹시나 놀라고 서운한 마음이 드셨을 저의 (구) 관심작가님들께 이 글을 빌어 저의 마음을 전합니다. 작가님들의 글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라이킷과 댓글로도 종종 마음 전하겠습니다. 저 또한 전해주시는 응원의 마음만으로 충분히 감사드립니다.^^


* 사진 출처: Pixabay, Angelo Scarcella


이전 19화 인생에서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